서울고법, 징역 3년-벌금 252억 선고… 일부 혐의 무죄로 1년 감형
건강 등 고려해 법정 구속은 안해… 李회장측 “조만간 상고할 것”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항소심은 1심보다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항소심의 주요 쟁점이었던 ‘부외자금(장부 없이 이뤄진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자체를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외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선 2002년 이전에 조성된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유무죄 판단에서 제외됐다. 2003∼2005년의 부외자금은 “개인 용도보다는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 부분이 확인됐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배임과 조세 포탈 혐의 부분도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돼 유죄로 인정된 범죄액수가 줄었다. 1심에서 횡령 719억 원, 배임 363억 원, 조세포탈 260억 원이 인정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횡령 115억 원, 배임 309억 원, 조세포탈 251억 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유죄 인정 액수가 감소한 데 따라 판결문에 기재된 양형 기준 하한도 내려갔다. 1심 판결문에서 ‘징역 4년’으로 기재된 하한은 항소심 판결문에서 ‘징역 2년 8개월’로 하향 조정돼 감형으로 이어진 셈이다.
1심과 달리 무죄 판단 부분이 많았지만 실형이 그대로 유지되자 법정은 다소 술렁였다. 판결 선고 후 이 회장은 묵묵히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빠져나가 서울대병원 앰뷸런스에 몸을 실었다.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안정호 변호사는 “(이 회장이) 수형 생활을 감당할 수 없는 건강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돼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조만간 상고해서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CJ그룹 관계자는 “경영공백 장기화로 사업 및 투자 차질도 불가피한 만큼 상고심을 통해 다시 법리적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1∼6월) 투자 예정 금액 1조3700억 원 중 35%(4800억 원)의 집행이 중단 또는 보류됐다. CJ그룹은 현재의 비상경영 체제를 당분간 이어갈 계획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