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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중독성 의도적 강화… 명백한 불법”, “흡연 당사자 아닌 공단, 소송 자격 없어”

입력 | 2014-09-13 03:00:00

건보공단-담배社 537억 소송 시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KT&G와 필립모리스, BAT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7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첫 재판이 12일 시작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형준) 심리로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건보공단과 담배회사들은 각각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건보공단은 4월 “흡연으로 인한 폐암 후두암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담배회사 측은 본격적인 사실관계 다툼에 앞서 “건보공단은 보험 가입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을 뿐 직접 청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소송 자격이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어 “보험금 지급은 손해가 아닌 당연한 업무이기 때문에 (이 소송은) 피해구제 목적이 아닌 금연운동 차원의 소권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건보공단은 담배의 유해성과 제조사의 불법행위 책임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건보공단은 “담배는 69종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이 담배의 중독성을 질병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또 2006년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미국의 RICO 판결을 예로 들며 “한국에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담배회사들이 중독성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의 니코틴이 공급되도록 담배를 설계했다”고 판단했다.

담배회사 측은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지만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또 질병이 흡연으로 인한 것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소송 자격과, 흡연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 담배회사에 제조물 책임 등이 있는지를 쟁점으로 정리하고 다음 재판은 11월 7일 열기로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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