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앞두고 마지막 창설 기념식 “언젠가 국민사랑 되찾을 날이…”, 도열한 300명 경찰 시종일관 침통 가족들 “아빠 자랑스러워했는데… 신뢰 회복할수 있게 기회 줬으면”
해체를 앞두고 12일 인천 해양경찰청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창설 61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여경(오른쪽)이 ‘해양경찰가’를 부르며 감정이 북받친 듯 울음을 참고 있다.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2일 오전 11시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1층 강당.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한 해경이 창설 61주년을 맞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1996년 정부가 해양영토의 범위를 선포한 배타적경제수역법이 시행된 10일이 원래 기념일이지만 추석 연휴와 겹쳐 이날 열리게 됐다.
하지만 12일 기념식에 참석한 해양경찰관들의 표정은 침울했다. 매년 유관 기관과 단체가 앞다퉈 보내던 화환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보낸 4개만 덩그러니 출입구를 지켰다. 퇴직 간부 외에 초청 인사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승객 부실 구조의 책임을 물어 ‘해경 해체’를 발표함에 따라 해경은 사실상 마지막 기념식을 조촐하게 치르자고 의견을 모았다.
경찰관 300여 명이 도열한 가운데 국민의례가 시작됐다. 세월호 희생자와 순직자에 대한 묵념을 한 뒤 이원희 운영지원과장(56)이 순직자에게 바치는 헌사를 읽어 내려갔다. 1960년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숨진 김창원 경사를 비롯해 순직자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자 일부 경찰관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푹 눌러 쓴 모자 아래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어 2008년과 2011년 서해에서 중국 어선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한 박경조 경위, 이청호 경사의 부인 등 순직자 유족 3명이 단상에 올랐다. 김석균 청장(50)이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순직자 자녀에게 주는 장학금 200만 원을 이들에게 각각 건넸다. 경찰관들이 그동안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이었다.
이 경사의 부인(40)은 “중학생인 아들이 평소 ‘자랑스러운 아빠의 뒤를 이어 해양경찰관이 되겠다’며 꿈을 키워왔는데 마지막 기념식에 참석하게 돼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 경위의 부인(51)은 “해경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을 고쳐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기념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해경의 가장 큰 자산이던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었지만 언제까지 자책하고 위축돼 있을 수 없는 만큼 하루빨리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자”고 강조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