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새정치聯] 당대표 출신 5인, 이상돈카드 제동… 비대위장 외부영입 사실상 물거품 세월호법 불발 이어 3번째 쓴잔… 원내대표직마저 흔들릴 위기
사면초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내걸었던 회심의 ‘보수-혁신 투톱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알려진 지 반나절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영입 대상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자신이 합의했던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이 두 차례나 당내 추인이 거부된 데 이어 비대위 구성안마저 무산됐기 때문이다.
○ 전직 대표들도 “안 돼”
이날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동안의 격론 끝에 참석자들은 ‘선(先) 세월호 특별법, 후(後) 비대위 구성’이란 어정쩡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언제 비대위를 구성할지, 비대위원장은 누가 맡을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못했다. 당내에선 외부 인사 영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핵심 관계자는 “두 교수의 영입 불발로 외부 인사 영입은 대단히 어려워졌다”며 “어쩔 수 없이 내부 인사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식물 원내대표’가 됐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공수표를 남발한 원내대표의 말에 과연 힘이 실릴 수 있겠느냐는 것. 한 당직자는 “비대위 구성을 세월호 특별법 처리 이후로 미뤄 놨지만 세월호 특별법만 해도 묘수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황주홍 의원은 ‘초선일지’에서 “박영선만 식물 지도부 되는 게 아니라, 우리 당 자신마저 식물 정당, 뇌사 정당 되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승부수 띄웠지만
이에 앞서 박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외부 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진행돼 왔고,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체제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 애초 저의 생각이었다”고도 했다. ‘이상돈-안경환’ 투톱 비대위원장 체제의 취지를 설명한 것이다.
민동용 mindy@donga.com·배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