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증세 논란] 주민-자동차-재산세 인상 파장
정부가 부랴부랴 지방세 개편에 나선 것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방치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지자체가 부담하는 복지 지출은 6조3900억 원으로 2009년(1조1400억 원)보다 5.6배로 늘어난 반면 올해 지방세수는 지난해보다 2조8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 택시기사 A 씨 세금 얼마나 더 낼까
이번 지방세 인상으로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은 ‘주민세가 적은 지역에 살며 담배를 피우는 택시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종로구의 공시지가 2억 원짜리 아파트(82m²)에 살면서 담배를 피우는 택시기사 A 씨를 가정해 보자. 내년에 A 씨는 지방세만 7만782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담배를 피우면서 내는 세금도 적지 않다. A 씨가 한 달에 10갑 정도 담배를 피운다면 내년에는 담배소비세로만 12만840원을 물게 된다. 특히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소득수준 하위층의 평생 흡연율은 44.2%로 상위층(39.3%)보다 5%포인트 높다. 소득이 낮을수록 담배소비세를 더 내는 ‘역진 현상’이 일어난다. 담배에는 이 밖에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도 포함돼 있다.
○ ‘서민 증세’ 논란 거세질 듯
12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여러 차례 ‘서민 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세금으로서 기능을 잃은 세목을 조정하는 차원이라는 것. 또 세수 확보 효과가 가장 큰 지방세 감면제도 폐지의 경우 호텔신라 같은 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부터 줄어든다. 배진환 지방세제정책관은 “장애인 취득세·자동차세 면제, 서민생계용 자동차에 대한 과세 특례와 같이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세 감면제도는 유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세도 생계용으로 많이 쓰이는 1t 이하 화물차는 50%까지만 올린다. 즉, 현재 연간 6600원인 자동차세가 1만 원까지만 오른다.
하지만 20년간 오르지 않던 지방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는 없다”는 약속과 배치돼 앞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 당정청 협의에서 ‘지방세법 개정안’ 논의가 무산된 뒤 정부가 나서서 먼저 입법예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이주석 안전행정부 지방세제실장은 “이번 지방세 개편안은 지자체의 주도적인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의 증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지자체장들이 국회의 협조를 받아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