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동물/더글러스 T. 켄릭, 블라다스/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조성숙 옮김/ 380쪽·1만6000원·미디어윌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렌즈를 통해 킹이 다중인격장애였다고 진단한다. 정신 질환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 다중인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진화를 통해 가장 적합한 형질을 발전시켜 온 인류는 각각의 상황에 맞게 최소 7개의 부분 자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킹의 행동은 숭고한 인권운동을 벌이는 자아와 육체적 욕망에 따르는 자아의 서로 다른 행동이다. 물론 부분 자아가 비도덕적 행동을 정당화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왜 킹이 그런 행동을 저질렀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렇다면 7개의 부분 자아는 어떤 것일까. 자기 보호, 질병 회피, 친애, 지위, 짝 획득, 짝 유지, 친족 보살핌 등이다. 이런 자아들은 우리 조상이 생존과 진화를 위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유리했던 특성을 우리 내부에 남겨둔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성적 동물이 될 수 있는가. 이 책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부분 자아가 적합한지를 자문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적어도 우리에게 여러 부분 자아가 있다는 것과 이러한 부분 자아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요구하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