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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북한의 의도 시험하기

입력 | 2014-09-13 03:00:00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북한의 외교 공세는 대체로 실망 속에 단명했다. 그렇다고 최근 평양이 ‘국제사회의 왕따’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무시한다면 실수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스포츠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이보다 중요한 움직임은 북한이 많은 일본인들로 하여금 1970년대와 80년대 피랍 일본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정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는 점이다.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북한의 다면적인 외교 노력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유럽과 미국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이달 유럽 4개국을 순방 중이고 이수용 외무상은 이달 마지막 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특히 강 비서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또 2002년 10월 평양을 찾은 미국 당국자들에게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 개발을 하고 있다고 인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 비서의 이번 유럽 순방은 북한이 비핵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개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이센 정치인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누군가 어떤 것을 원칙적으로 승인한 것은 그것을 실행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유엔에서 한국과 북한 외교관들의 임무는 판이하다. 한국의 오준 유엔대사는 수많은 국제 이슈 해결을 위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데 비해 북한의 유엔대사는 북한의 지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로비를 하거나 방해 공작을 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런 가혹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외무상의 뉴욕 방문을 반기는 이들이 많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다른 책임 있는 국가들은 이 외무상의 뉴욕 방문이 한반도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야 한다. 긍정적 전환점이 되려면 이 외무상도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이 좋은 방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호기다. 세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슬람 국가(IS) 대응,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같은 급박한 위기에 봉착해 있을 때 북한이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 고립에서 탈피하는 현명함을 발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본인 피랍자 문제 조사는 북한에 좋은 기회다. 북한으로선 오래된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불과하다.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을 석방하는 것도 북한의 진정성을 입증할 작지만 중요한 징표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 중 일부를 수용하는 것 역시 평화를 위한 북한의 새로운 다짐을 보여주는 행동이 됨직하다.

박 대통령과 다른 세계 지도자들은 북한의 의도를 주기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 분석가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평양 지도부가 갑자기 평화로운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배제할 필요는 없다. 김정은과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는 안보정책에 관해 ‘180도 전환’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위대한 정치인들은 단호함과 강인함이 뒷받침된 협상들을 통해 갈등 예방을 추구한다. 탱고는 둘이 추는 것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를 관리·해결할 틀을 협상하기 위해서는 6자가 필요하다. 한국 등 나머지 5자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이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합류할 때다. (국제사회 합류의) 입장료는 북한이 한 약속을 완수하는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