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탈출/앵거스 디턴 지음/이현정 최윤희 옮김/376쪽·1만6000원/한국경제신문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해 신드롬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 앞서 지난해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 토대 위에서 경제 성장을 통해 빈곤과 죽음으로부터 탈출하게 된 것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탈출’로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이런 놀라운 변화에도 아직 10억 명 정도가 지독하게 가난한 생활을 하고 짧은 삶을 살며 형편없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자도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발전 과정에서 생긴 큰 사건 중 상당수가 불평등을 유산으로 남겼다. 일례로 산업혁명은 많은 사람을 가난에서 탈출하게 했으나 서구사회와 다른 사회의 엄청난 격차를 만들었다.
대탈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 걸쳐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더 많은 국가는 아직 탈출 중이고, 일부 국가는 아직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거둔 성공, 즉 대탈출은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불평등을 증가시킨 요인을 한 국가가 아닌 세계 전체로 확대해 보면 수많은 사람을 빈곤과 죽음에서 탈출시켜 결과적으로 더 공평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탈출 과정에서 나쁜 일도 생기고 새로운 불평등을 불러올 수 있지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인류가 지혜를 모아 미래에도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