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차이나 블랙홀']<上>제2의 ‘별그대’ 이젠 불가능
10월 말 SBS와 중국 인터넷에서 동시 방영 예정인 ‘슈퍼주니어 M의 게스트 하우스’는 SBS, SM C&C와 중국 동영상 업체 ‘유쿠 투더우’가 공동 제작했다. SBS 제공
17일 국내에서 처음 방영되는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중국에서도 ‘동시 상영’된다.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쿠’와 ‘투더우’를 통해서다. 가수 비와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크리스탈이 주연인 이 드라마의 인터넷 동영상 전송권은 회당 20만 달러(약 2억 원)에 판매됐다. 올 초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4만 달러)보다 5배나 껑충 뛴 액수다.
방송업계에선 중국 정부의 온라인 규제가 “갈수록 비싸지는 한국 드라마의 판권 경쟁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에는 중국 미디어산업을 총괄하는 신문출판광전총국이 지방 위성방송에서 포맷을 수입한 프로그램은 연간 1편 이하로 편성하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포맷 수출 위주인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엔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 가’ ‘우리 결혼했어요’ ‘1박2일’ ‘불후의 명곡’ 등 10편이 넘는 예능 포맷이 중국에 판매됐지만 올해는 ‘런닝맨’ ‘슈퍼맨이 돌아왔다’ 정도에 그쳤다.
한 방송 관계자는 “중국은 TV 규제가 까다로워 인터넷이 유일한 숨통이었는데 내년부터 온라인 제한 조치까지 생겨 앞으로 콘텐츠 판매는 더 막막해졌다”고 토로했다.
‘제빵왕 김탁구’를 만든 삼화네트웍스도 중국 제작사와 손잡고 중국 고전 ‘봉신연의’를 소재로 한 사극을 준비 중이다.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의 신우철 PD가 연출을 맡는다.
포맷 수출에 제동이 걸린 예능계도 공동제작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다음 달 SBS와 중국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와 투더우에서 동시 방송되는 ‘슈퍼주니어M의 게스트하우스’는 SBS와 국내 제작사 SM C&C, 중국 동영상 업체 ‘유쿠 투더우’가 공동 제작했다. 중국 업계도 한국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에 적극적이다.
윤재식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부장은 “중국이 문화콘텐츠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제작 인력과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문화가 비슷한 한국의 제작인력과 앞선 시스템을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