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관련 증언 보도 아사히신문 일부 취소하자 우익 언론들 일제히 “강제동원 근거 무너졌다” 희생양 만들어 책임전가하면 일본만 점점 왜소해질 뿐 악화한 일본 분위기 고려해 한국 정부도 새 카드 고민해야
심규선 대기자
아사히는 최근 한 달 새 삼각파도를 맞았다. 기무라 다다카즈(木村伊量) 사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5월 20일자 기사를 취소하며 사죄했다. 기사의 요지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나흘 후인 2011년 3월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 있던 직원의 90%인 650여 명이 소장의 ‘대기명령을 어기고’ 10km 남쪽에 있는 제2원전으로 ‘철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충 취재 결과 소장은 근처에 머물라고 지시했으나 혼란의 와중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명령까지 어겨가며 도망을 쳤다는 인상을 준 제목과 기사는 잘못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기무라 사장은 8월 5일자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특집에 대해서도 사죄했다. 이 특집에는 아사히가 1982년 9월 이후 여러 차례 보도했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의 발언을 취소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요시다 씨는 자신이 제주도에서 200여 명의 젊은 조선 여성을 위안부로 강제동원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아사히는 검증 결과 이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기사를 취소했다. 이후 아사히는 기사 취소도 늦게 하면서 사과조차 하지 않느냐는 비난에 시달렸다. 사장은 이날 두 가지 지적에 대해 모두 사죄했다.
원전 기사와 신문평에 대해서는 아사히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비판받을 일이 있다면 신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장이 퇴진을 언급한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신문들이 아사히를 끈질기게 비판한 데 대해서도 뭐라 할 게 없다.
다만 위안부 문제는 생각이 다르다. 아사히가 요시다 씨의 발언을 철회한 것을 빌미로 일본의 우익 언론들은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없었으니 한국의 주장은 정당성을 잃었고, 한국의 해결 요구에도 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아사히의 오보로 일본의 명예가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명백한 왜곡이자 호도다. 요시다 발언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유일한 증언이 아니다. 고노 담화도 그의 발언은 근거로 삼지 않았다. 조사 결과 수많은 위안부가 존재했고, 위안부 모집에는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모집 이송 관리 등에 감언과 강압이 있었다는 게 고노 담화의 취지다. 국제기구의 조사 결과도 같다. 아사히의 보도 철회를 기화로 마치 위안부 동원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듯 주장하는 것은 키를 재는 데 목에 상처가 있으니 목부터 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일본 우익 신문들과 주간지의 아사히 비판은 거의 이지메 수준이다. 한국의 입장을 두둔해 온 아사히 때문에 한일관계가 망가졌으며, 한국의 끄나풀이라는 말까지 한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이 칼럼도 아사히와 한국의 ‘은밀한 커넥션’을 입증하는 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평소 이념과 노선 차이가 있는 데다 소비세 증세에 따른 구독자 감소를 만회하려는 판매 경쟁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일본 신문사끼리의 경쟁에 끼어들 생각은 없지만 위안부 문제만큼은 아사히의 무릎을 꿇린다 한들, 일본의 키는 커지지 않는다. 커진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뿐이다. 희생양을 찾아내 위안부 문제를 전가함으로써 국가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왜소한 일본만이 보일 뿐이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