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중간지대 없는 여야… 진영논리 빠져 2년내내 ‘대선 연장전’

입력 | 2014-09-15 03:00:00

[세월호 국론분열/꽉 막힌 정국]




요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식하는 유가족 및 이들에게 동조하는 세력과 ‘폭식 농성’을 통해 단식을 조롱하며 세월호 특별법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 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정치권의 대치 정국도 거의 같은 모습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연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이나 여의도 모두 중간지대가 없다는 지적이다. 모두들 강경파에 휘둘려 진영 논리의 포로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강경파가 점령한 야당 vs 무기력한 여당

정치권의 폐색 정국을 만든 1차적 원인 제공자는 허약한 리더십으로 혼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야당이다. 당 대표 격인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대다수 당 의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지난달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2차례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당 의원총회에서 2차례 모두 부결됐다. 친노(친노무현)·486그룹이 강경 대열의 선두에 서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거리로 나가자”라고 외쳤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광화문으로 나가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전한 중도의 목소리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명 안팎의 중도파 의원은 “장외투쟁은 안 된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작은 반향을 불렀다. 중도파 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은 19대 국회 들어 처음이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묻혀 호응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문재인 문희상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대선 후보 및 대표를 지낸 각 계파 수장들은 12일 박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위기 상황의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대치 정국을 손놓고 바라보고 있는 여권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높다. 여권은 박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처분’을 기다리는 형국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가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는 정치의 큰 축이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줘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늘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꾀하는 희한한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아직도 2012년 대선 연장전?

정치권은 지난해 내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친노그룹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에 등을 떠밀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40여 일간 ‘숙박 농성’을 벌였고, 결국 김 전 대표는 여러 차례 강조했던 중도개혁 구상은 구체화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올해 들어서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놓고 세월호 참사 발발 5개월 가까이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기에 여야는 최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 개입은 유죄, 선거 개입은 무죄라는 내용의 1심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무조건적인 진영 논리로 옹호와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대선의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가 지지 세력의 이야기만 듣고, 지지 세력이 결집할 수 있을 만한 행동만 추구하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정치권에서는 중도파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하고, 국민도 더 강하게 정치권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이현수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