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대학생 60여명 아산서원서 끝장토론
12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일 대학생 60여 명이 소그룹별로 나눠 과거사와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3시간가량 토론하는 과정에서 견해차를 확인하며 묘한 긴장감을 보였다. 아산서원 제공
“아베 정부의 고노 담화 수정은 일본에 대한 한국의 신뢰가 깨지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금전적 보상 이전에 행동이 수반된 일본의 사과를 원한다.”(한국 아산서원생)
12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일 대학생 60여 명이 한일 과거사와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다. 아산서원 초청으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게이오대생 33명과 아산서원에 다니는 국내 대학 재학생 30명이 얼굴을 맞댄 것.
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과거사 논란과 관련해 일부 게이오대생들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일본인 학생은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 정책이 효과를 거둬 아베의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먹고사는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일반 일본인은 별 비판 없이 정부의 외교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사과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게이오대생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한 학생은 “보통의 일본인들은 과거 우리가 한 일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지만 사과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젊은이에게 야스쿠니는 별로 현실적이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다” “양국이 역사와 외교의 두 가지 이슈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반면 소수의 일본 학생은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일본이 다시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역사와 외교 이슈 분리 주장에 대해 양국 간 신뢰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분리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 아산서원생은 “아베 총리의 고노 담화 수정에서 드러났듯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자주 바꿨다.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도 일본이 앞으로 태도를 바꿔 군국주의화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일본 학생들은 강력한 중국에 양국이 공동으로 맞서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북한보다 중국이 더 위협적이다” “한국과 중국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데 일본은 소외되고 있다”며 조바심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 측 학생들은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면서도 “통일 과정에서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날선 토론 끝에 한일 학생들이 다다른 결론은 ‘그럼에도’ 양국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로서 공통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서로 필요하다” “경제나 문화 교류와 같이 공유할 부분이 많은 영역부터 다가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