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녀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아이다’는 제작비가 무려 158억 원으로 나조차도 망설였던 작품이었다. 올해 무대에 올렸던 ‘고스트’는 그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들었다. 이렇게 위험한 도전을 하다보니 실패한 작품도 많다. 농담 삼아 한국에서 나만큼 많이 성공하고, 나만큼 많이 실패한 프로듀서도 없을 거라고 말하곤 한다.
가장 아팠던 실패는 2006년 ‘댄싱 섀도우’였다. 차범석 선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이었다. 7년 동안 45억 원을 들인 작품으로 극본, 연출, 음악, 안무 등을 해외 유명 아티스트에게 맡기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평단에서도 한국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해주었다. 그러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때 내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신 분이 배우 김성녀 선생이다. 선생은 내 제안을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출연을 했다. ‘댄싱 섀도우’에서도 극의 중심을 잡아줬고,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엄마’ 역을 맡았다. 이외에도 함께 작업한 작품이 많다. 선생은 좌절하고 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무 낙담하지 마. 박 대표는 우리 연극계의 희망이야. 충분히 이걸 딛고 일어설 수 있어.”
그러고는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다. ‘일방적으로’ 통장으로 입금했지만 선생은 끝까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출연료 문제가 아니라 선생의 그런 마음이 앞으로 어떻게 컴퍼니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까 고민하는 내게 큰 용기와 힘이 됐다.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선생은 내가 어려운 도전을 할 때마다 말씀했다. “박 대표, 또 일 저질렀네!”
내년에 우리 컴퍼니에서 조정래 선생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아리랑’을 무대에 올린다. 그러면 또 선생은 말씀할 것이다.
“우리 박 대표, 또 일 저질렀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