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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는 없이… 갈라진 광장

입력 | 2014-09-15 03:00:00

세월호 유족들… 광화문광장 농성 두달
초콜릿바 뿌리는 단식조롱꾼… 욕설-위협 쏟아내는 시민단체
극단적 갈등과 분열의 싸움터로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를 사이에 두고 세월호 해법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를 중심으로 한 릴레이 단식이 진행 중이고(오른쪽 위) 건너편에선 구국채널 등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이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농성장 맞은편 횡단보도에 ‘세월호 특별법 웬말이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사람 3명이 나타난 것. 세월호 특별법 반대를 주장하던 이들은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애국자가 돼라”며 고성을 질렀고, 사람들이 계속 합류해 50여 명으로 불어났다. 농성장 쪽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즉각 “×새끼, ××한다” “집 가는데 뒤통수 조심해라”라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곧이어 ‘세월호 특별법을 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란색 팻말들이 세워졌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세월호 특별법 찬반으로 나뉜 사람들은 2시간가량 구호를 외치며 기 싸움을 벌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달째. 소통을 상징하는 공간인 광장은 첨예한 갈등과 분열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7월 14일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자리를 잡았다. 여야의 두 차례 합의를 거부한 채 농성이 이어지고,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국론 분열 양상까지 나타나면서 광화문광장 주변에선 각자의 주장이 충돌하는 모습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이달 6일 단식을 진행하는 유가족 앞에서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이 음식을 시켜먹으며 단식을 비하하면서 갈등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9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가 개집과 개밥을 준비해 일베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13일에는 일베 회원을 중심으로 초콜릿바를 광장에 뿌리며 맞불을 놨고, 유가족 농성장 앞에서 햄버거를 먹고 ‘인증샷’을 찍는 행위도 여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갈등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의견은 없고 그저 상대방을 조롱하고 반대만 주장하는 집단의 행위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감정적으로 지친 상태이기 때문에 저들(반대자들)의 공격에 이성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없다”며 “국회 등 정치권이 세월호 유가족의 대화 파트너로 다시 돌아와 민주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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