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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담화’ 증거 영상 21년만에 첫 공개

입력 | 2014-09-15 20:07:00


일본이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공식 발표에 앞서 총리부 소속 고위관료들을 한국으로 보내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21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담화로 한일 외교관계의 기반 중 하나다. 최근 일본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고노 담화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영상이 공개됨으로써 향후 일본 정부의 대처에 관심이 모아진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언 청취 영상 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16분 59초 길이의 영상에는 1993년 7월 26일부터 5일 동안 당시 일본 총리부 소속 심의관 2명과 인권위원, 통역 등 일본 측 관계자 5명이 유족회 용산 사무실에서 윤순만 할머니와 고(故) 김복선 할머니 등을 만나 증언을 듣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당시 일본 관계자들이 만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총 16명으로 현재 그 중 14명이 숨졌다.

공개 영상 속에서 윤 할머니는 13세 당시 충북 영동에서 부산, 일본 시모노세키 등을 거쳐 오사카로 간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오사카 깊은 산골로 들어가니 종군위안부 기숙사가 있었다"며 "지하부대, 가스부대(소속 군인)가 많이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상 속 윤 할머니는 당시 일본군이 비틀었다며 왼쪽 팔꿈치 부분을 보여주기도 했다.

양순임 유족회 회장은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21년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근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는 증거가 없는 한·일 정부의 정치적 입장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진실을 왜곡해 영상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유족회는 향후 증언청취 과정 등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증거들을 묶어 백서로 발간하고 유엔 등에 보낼 계획이다. 나머지 영상은 일본 정부의 반응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