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동맹 현황과 한국 영향은
10대 해운사 모두 해운동맹 결성… 전세계 물동량 대부분 차지해
선박대형화로 조선 수주기회 늘고… 부산항 등 국내 항만 소외 우려도
○ ‘P3’는 무산됐지만…동맹으로 뭉치는 해운사들
지난주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CGM은 중국의 CSCL과 아랍에미리트의 UASC와 손잡고 새로운 해운동맹(얼라이언스) ‘O3(Ocean Three)’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 10대 해운사는 모두 해운동맹에 들게 됐고 해운시장은 4대 동맹 체제로 재편됐다.
결국 세계 1위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2위인 스위스의 MSC가 모여 ‘2M’을 결성했고 남은 CMA-CGM이 별도의 해운동맹을 결성했다. 2M과 O3 모두 각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지만 별도 법인을 세워 선박과 터미널을 공동 운영하려던 P3와 달리 기존 해운동맹처럼 항로를 함께 관리하는 수준이라 무난히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진해운은 3월 대만 ‘에버그린’이 합세하며 시장점유율 17.5%로 올라선 ‘CKYHE’에 속해 있고 현대상선은 ‘G6’에 속해 있다. 이들 해운동맹체가 세계 해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선박 대형화로 이어지면 독립선사와 항만은 위기
이처럼 전 세계 해운업계가 동맹체제를 구성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 주문한 선박이 많아 적재능력(선복량)이 크게 늘면서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서로 동맹을 맺게 됐다.
해운업계의 비용 절감 움직임은 결국 선박 대형화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해운사들이 초대형 선박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비율로 화물을 싣는다면 초대형 선박의 운송비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립선사들에는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화가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머스크나 MSC가 보유한 1만9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해운사가 도태될 수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주력 선박은 1만3000TEU급이다.
부산항 등 국내 항만들에도 악재다. 대형 선박이 수익을 내려면 물동량이 많은 중국 항만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P3도 중국 상하이(上海) 항이나 닝보(寧波) 항을 기항지로 검토한 바 있다. 이러면 경쟁지인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들의 독과점 지위가 굳어지면 항만시설 사용료 등 협상에서도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