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부담은 소폭 줄었지만… 이자수익 대폭 감소로 소비 타격
이자 생활하는 노년층 어려워져
3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자금 5억 원을 손에 쥔 이모 씨(60)는 요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은퇴자금을 은행 예·적금에 넣어두고 한 달에 110만 원 정도 이자수입을 얻었지만 지금은 100만 원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1년 새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탓이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떨어지면서 이 씨가 매달 내는 대출이자는 55만 원에서 51만 원으로 줄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이 씨의 고민은 더 커졌다. 그는 “내가 내야 하는 이자는 찔끔 떨어지고 받는 이자는 왕창 낮아지니 부담이 크다”며 “생활비를 더 줄이든지 좀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을 때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보다 이자소득이 더 많이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향의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소득에 득보다 실이 된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이자소득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것은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의 금융자산은 2636조 원으로 금융부채 1219조 원의 2.2배 수준이다.
소득별로 따져봤을 때도 모든 가구에서 이자소득이 더 많이 줄어 금리인하에 따른 소득 증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최상위 20% 가구의 이자소득 감소분은 연간 2조1000억 원으로 이자비용 감소분(1조2000억 원)보다 9000억 원 컸다. 소득 최하위 20% 가구에서도 이자소득 감소분이 이자비용 감소보다 1000억 원 많았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경기부양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문우식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자비용 감소로 인한 소비 증가보다는 이자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와 노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