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4>4명의 친구가 합심해 만든 가구점 ‘인터라켄’
중학교와 대학교 등에서 인연을 맺은 4인방이 ‘모두를 위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1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의 가구 카페 ‘인터라켄’에서 만난 네 사람(왼쪽부터 정승환 정동우 유현덕 안윤호 씨)은 이달 말 개점을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수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의 가구 카페 ‘인터라켄’ 오픈 준비 현장. 이곳에서 만난 ‘친구이자 동업자’인 청년 사장 4명은 지난해까지는 막연히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던 일을 과감하게 접고 창업의 길로 나서기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안정된 직장’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먼저 행동에 나선 건 ‘대장’ 노릇을 하던 안윤호 씨(33)였다. 2008년부터 한 유명 가구업체에서 일했던 그는 지난해 퇴사를 결심했다. 나만의 가구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안 씨는 제대로 된 가구 브랜드를 함께 만들 멤버를 찾아 나섰다. 회사에서 외주 상품 개발 담당으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어졌다고 자부했던 그였다. 하지만 창업을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일을 혼자서 하기는 무리였다.
그는 1년에 걸쳐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대학 동기 유현덕 씨(31)와 요식업을 하던 정동우 씨(33), 부동산업체에서 일하던 정승환 씨(32)에게 도움을 청했다. 동우 씨와 승환 씨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친구였다. 비슷한 고민을 하던 그들은 곧 합심하게 됐다. 4명의 친구들이 함께 만드는 가구점 ‘인터라켄’은 이렇게 시작했다.
○ 매장 가구는 전시용인 동시에 카페 좌석으로
70여 개 가구업체가 줄줄이 늘어선 수원 가구시장. 이곳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인터라켄’ 점포는 9월 말 개점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직 인테리어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330m²(약 100평) 크기의 매장에는 벌써 말끔한 디자인의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최근 20, 3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북유럽 스타일의 1인용 스트레스리스 소파와 2인용 소파 등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들은 청년 사장 4명이 각각 직접 디자인했거나 외국에서 직접 들여왔다. 아직 개점하지도 않은 매장이지만 거리를 지나던 20, 30대 여성들에서 50대 남성들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의 고객이 멋진 가구들에 시선을 빼앗겼다.
‘인터라켄’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비슷한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기성 제품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 유명 가구 브랜드에서 150만 원 정도 하는 3인용 가죽 소파를 80만 원대에 선보이는 식이다. 지금까지 마련한 가구 품목은 모두 20여 종. 인테리어 소품까지 합하면 판매 제품은 30여 가지에 이른다.
매장의 가구들은 전시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카페 좌석’이기도 하다. 4명의 청년 사장은 최근 유행하는 ‘갤러리 카페(예술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갤러리와 카페를 결합한 업태)’ 형식을 매장에 도입했다. 쉽게 말해 가구점 겸 카페인 ‘퍼니처 카페’다. 이들은 카페 매장에 있는 의자, 테이블, 심지어 인테리어 소품까지도 모두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채웠다. 가구 매장은 많지만 정작 차분히 쉬어갈 곳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인터라켄’은 기성세대들이 선호하는 고가의 가구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초저가 가구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 中企종합지원센터서 홍보-마케팅 도움 줘
4명의 청년 사장은 시장에서 5분 정도 떨어진 한 오피스텔에서 ‘합숙’을 하고 있다. 서울 출신인 이들이 논현 가구거리(서울 강남구 학동로 일대)나 사당 가구거리(서울 동작구 동작대로 일대) 같은 유명 가구거리 대신 수원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가구거리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창업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수원 가구시장에서는 10분의 1 정도의 창업비용으로 더 큰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승환 씨는 “논현 가구거리에 입점하려면 월세만 해도 이곳보다 5배 이상이 들어간다”며 “우리 브랜드는 고소득층보다는 우리 같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수원이 더욱 매력적인 장소였다”고 말했다. 안 씨는 “이곳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서울로 가기보다는 천안이나 평택 인근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전통시장에는 부족했던 젊은 감각의 디자인 가구 브랜드가 들어오면 상권 전체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