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계로 창조경제 재시동] 지역연고 민간 적극참여 유도… 구글-애플처럼 中企와 시너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 동구 동대구로 대구무역회관 내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한 뒤 우수기업 전시관을 찾아 전기오토바이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있다. 대구=청와대사진기자단
삼성그룹은 대구 창조센터 ‘크리에이티브랩’에 스마트폰, 스마트TV, 3D 프린터 등 테스트용 기자재 236점을 설치했다. 부싯돌 같은 앱 개발업체들은 삼성 측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기자재를 자유롭게 활용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들이 개발한 앱을 스마트TV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구조다.
정부가 17개 시도 창조센터를 15개 대기업과 짝을 지어준 것은 민간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테크노파크나 창업보육센터 등 정부 예산만으로 추진했던 공공사업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대기업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이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재정지원 중심이었던 창조경제 정책방향을 대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간 협력 위주로 전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스마트TV 관련 기술벤처인 부싯돌, 에이투텍과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벤처투자도 전자부품 제조사인 티피에스, 자동차부품 업체 성진포모와 지분투자 및 공동 기술개발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기업과 지역기업 간 협업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창조경제 정책이 대구에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구는 과거 섬유산업의 메카로서 우리나라 산업화의 시동을 걸었던 곳”이라며 “이곳(창조센터)을 대구 창조경제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본 및 기술, 생산·마케팅 능력이 각 지역의 ‘숨은 보석’들을 찾아내 해외 진출로까지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운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등을 대구 창조센터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자들에게 10만∼15만 달러의 종잣돈을 지원해 3개월 안에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글로벌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가 든든한 지원자를 자청하면서 대구에선 하이테크 섬유, 자동차 융합 부품, 지능형 기계 등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창업 벤처기업의 기술개발, 상품화,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해 ‘죽음의 계곡’ 같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대구 창조센터와 같은 모델을 전국 17개 시도에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조만간 충북도와 창조센터 지원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다음 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하기로 했다. LG그룹은 LG생활건강과 LG생명과학만 충북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전 계열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방침이다. 특히 LG전자는 삼성전자처럼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분야에서 적잖은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5월 전북 전주에 연간 생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한 뒤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탄소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해왔다.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효성은 KAIST 전북분원,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중간재 및 부품 제조업체 등과 연계할 방침이다. 효성 관계자는 “전북 창조센터 건립을 계기로 탄소 클러스터 추진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탄소 및 복합재와 관련한 연구개발에 지속 투자하고 핵심 중소기업 100여 개를 클러스터 내에 유치해 전주를 탄소 소재산업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광주와 부산에 위치한 주력 기업의 장점을 십분 살려 친환경 자동차, 쇼핑 및 관광 분야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새로운 창조경제 방식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벤처 생태계를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수혈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만 보면 정부가 대기업의 참여를 독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민간기업 중심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궁극적으론 대기업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