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인구중 23%가 자영업자… OECD 평균보다 7%포인트 높아 대부분 사양업종에 종사… 인터넷-유통업체에 치이고 프랜차이즈 수수료에 골병들고 가구소득 10년째 月300만원… 금융권 빚 평균 1억2000만원 노후대책은 꿈같은 얘기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산소를 내려와 시골 집 거실 바닥에 빙 둘러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누구는 가게 문을 닫았고 누구는 어렵고, 또 누구는 시골 빈집에 혼자 들어와 살다 추위와 병으로 죽었고…. 무거운 이야기들이 한가위 밝은 기운을 눌렀다.
자손이 많은 집안. 그러나 소수만 제대로 배웠다. 그래서 그런지 자영업 하는 사람이 많다. 크게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렇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어렵다. 세월이 가면서, 또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그렇다.
따져 보자. 전체 고용인구 중 23%가 자영업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보다 7%포인트가 높다. 12%인 일본에 비해서는 11%포인트, 7%인 미국에 비해서는 무려 16%포인트가 높다.
무슨 의미냐 하면, 생태계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즉 하나 있으면 될 치킨가게가 둘 셋 있어 서로 죽이기를 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인턴이다 시간제 고용이다 하여 일자리가 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어렵다고들 하니 신규 진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영업자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새로 생긴 일자리라는 게 대개 월 70만∼80만 원 받는 일들이다. 게다가 청년 구직자가 100만 명 이상이다. 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뛰어들게 돼 있다. 결국 장사가 돼도 죽고 안 돼도 죽는 판이다.
더욱이 대부분 사양 업종이다. 동네 문방구나 책방은 인터넷 상거래로 죽고, 골목시장이나 동네 구멍가게는 대형 유통체인으로 죽는다. 프랜차이즈 어쩌고 하지만 이 역시 수수료다 뭐다 하여 골병이 든다. 무엇으로 이 흐름을 막을 것인가. 법으로든 뭐든 막아봐야 잠시다. 결국은 넘어지고 자빠지고 한다.
제대로 못 벌었으니 빚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금융권에 지고 있는 빚은 평균 1억2000만 원으로 임금근로자들 빚 4000만 원의 3배다. 특히 1억8000만 원에 이르는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빚은 위험수준이다. 많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8.5%가 늘어났다. 그러고도 자영업자 부도의 절반이 이들 세대의 것이었다.
이런 판에 노후 대책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자영업자의 30%가 국민연금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가입률은 더 떨어져 있다. 이들의 ‘실버 빈곤’이 머지않아 나라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왜 이렇게 이 힘든 자영업에 매달려 있는가? 한 조사에 따르면 90%가 먹고살자니 어쩔 수가 없다고 답했다 한다. 달리 일할 자리도 없고 사회적 안전망도 허술하니 어찌하겠나. 그대로 앉아 죽을 순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딱하다. 유럽 국가들 같으면 은퇴를 하거나, 아니면 실업상태에 머물며 재교육이나 재훈련을 받고 있어야 할 사람들까지 이렇게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까먹으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국가? 어떤 국가 말인가. 이런저런 문제 다 내팽개치고 세월호 참사 수사권 기소권 하나 놓고 국회 문을 닫고 있는 그런 국가 말인가. 구멍은 내 가슴에만 나 있지 않았다. 둘러앉은 모두의 가슴에 나 있었다. 그 구멍 뚫린 가슴으로 하늘을 보았다. 한가위 이 좋은 계절에 왜 이렇게 허전한가.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