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첫판 97위 중국 3-0 완파 기술 거칠지만 조직-기동력 압도적… 밀집수비-MF 공격 가담력 돋보여
“만리장성 넘었다” 북한 남자축구대표팀 이혁철(왼쪽)이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조별리그 F조 중국과의 1차전에서 2-0으로 앞선 후반 12분 쐐기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북한이 3-0으로 예상 밖의 대승을 거뒀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신감일까 아니면 겸손일까? 인천 아시아경기 북한 남자축구대표팀의 윤정수 감독(51)은 12일 첫 훈련 때 대회 전망을 묻자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궁금증은 3일 뒤 풀렸다.
북한은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조별리그 F조 중국과의 1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중국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북한은 146위로 중국(97위)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이날 4-4-2 전형으로 나선 북한은 수비 때 최전방 공격수 한 명만 상대 진영에 남겨두는 밀집 수비를 펼쳤다. 반면 공격 때는 측면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이동해 공격에 가세했다.
북한의 첫 골은 전반 9분 만에 터졌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올라온 볼을 심현진이 그대로 받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중국 골키퍼가 몸을 날려 손으로 막았지만 슈팅이 워낙 강했다. 선제골 이후 더욱 자신감을 얻은 북한은 거세게 중국을 몰아붙였다. 북한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터진 서경진의 중거리 골에 이어 후반 12분 이혁철의 쐐기 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북한이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한국과 맞붙는다.
한편 이날 인천 시민단체로 구성된 남북공동응원단 400여 명이 경기장에서 북한을 응원했다. 한반도기를 든 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 “북측 선수 힘내요” 등의 구호를 외치고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 선율에 맞춰 응원을 펼쳤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등 북측 관계자 20여 명도 관중석에서 인공기를 들고 경기를 지켜봤다. 6∼8명의 북한 기자도 기자석과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취재했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