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30년 이상 한우물만 판 장수기업… 가업상속공제 1000억으로 확대

입력 | 2014-09-17 03:00:00


오랫동안 한우물을 판 장수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와 재계가 발 벗고 나섰다. 최근 정부는 창업한 지 30년 이상인 중소, 중견기업을 ‘명문 장수기업’으로 지정하고 이들 기업에는 가업 승계 시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책을 약속했다. 장수기업을 키워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규모는 작지만 경쟁력 있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 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 명문 장수기업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 추가 혜택

기획재정부는 15일 중소기업청이 확인한 명문 장수기업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한도를 현행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리기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가업의 명문 장수기업에 한해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한도를 현행 3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달 세법개정안을 마련할 당시 명문 장수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연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기업에서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가업 승계의 걸림돌로 꼽히던 상속인과 피상속인 요건을 완화했다.

또한 정부는 명문 장수기업에 대해 정부 사업에 참가하면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명문 장수기업은 30년 이상 기업 가운데 고용과 투자 및 경제적 기여와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해 선정된다. 구체적인 선정 기준과 지원책은 이달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다.

정부가 잇달아 가업승계 시 기업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은 가업을 물려줄 때 부담하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많아 장수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장수기업 수가 턱없이 적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0년 이상 장수한 한국 기업은 두산그룹 동화약품 신한은행 등 6곳인 반면 일본은 2만2219곳에 이른다.

○ 명문 장수기업센터도 생겨


7월 법정단체로 출범한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18일부터 명문 장수기업센터를 운영한다. 이 센터는 장수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가업 승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자문기관이다. 중견련 관계자는 “정부의 장수기업 육성정책을 잘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들 기업에 ‘족집게 과외’를 해주는 게 센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중견련이 나서 장수기업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과 일자리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업이 유지되어야 일자리도 유지돼 국가 경제에도 이득이 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중소기업의 상속세를 전액 깎아주더라도 3년이 지나면 이들 기업이 내는 세금이 상속세 감면액을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담뱃세 지방세 인상 등 서민 증세를 추진하면서 기업에만 세금을 깎아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중기청은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기여도를 고려해 선정된 명문 장수기업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선정기준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우대정책”이라고 해명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