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法 선긋는 여권]朴대통령 출국 4일전 與지도부와 회동
“여당이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6일 오후 4시부터 46분간 청와대 백악실에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회동 분위기를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전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절반 정도씩 발언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협력을 강조했고 당 지도부는 야당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파행 정국 여권 전열 정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달 이뤄진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이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심각한 위기 국면이고 이 위기 극복을 위해선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선 국무회의에서 말한 대로 ‘여야 합의 처리가 바람직하지만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해선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저희도 인식을 같이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늘 (회동의) 콘셉트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전에 정말 큰 걱정을 토로했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 협력이 정말 절실하며 잘 풀어달라는 호소에 가까운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도 “8월 19일 2차 합의안이 새누리당에서 마지막으로 제시한 안이다. 그 이상 논의는 불가하다”며 “정기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이 제시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하고, 야당에 동참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회동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김 대표에게 연락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한 뒤 이뤄진 긴급 회동이었다.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기류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분위기가) 안 좋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고 김 수석부대표는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다. 배석한 김 실장과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회동에서 사실상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거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분명히 말한다. 청와대로부터 지시 받을 입장이 아니다. 대통령이 호소에 가까울 정도로 국회 정상화를 해달라는 말이 있었고,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저희를 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언제까지 마무리해 달라는 부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담뱃값 인상과 증세 등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당청 회동 직후 따로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선출 직후인 7월 15일에는 청와대에서 5분간 독대했지만 세월호 정국이 꼬일 대로 꼬여 있음에도 이번엔 이뤄지지 않았다.
고성호 sungho@donga.com·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