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문재인 책임론’
한 재선 의원은 “정치 현안에 대해 지도부와 다른 행보를 해 지도부를 곤경에 빠뜨리거나, 결정적일 때 발을 뺀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 추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소집된 지난달 19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 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광화문광장으로 나갔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던 김영오 씨 옆에서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 이후 여야 협상은 결렬됐고, 박 원내대표는 강경파 의견을 수용해 거리로 나갔다.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태 때 김한길 당시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대표는 국가정보원의 회의록 유출을 비판했다. 당시 문 의원은 긴급 성명을 내고 “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테이프 등 녹취자료뿐만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관한 준비회의 회의록 등 회담 전의 준비 자료, 회담 이후의 각종 보고 자료까지 함께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정상회담준비위원장 등을 지낸 문 의원을 믿고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회의록 원본은 유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 의원은 “논쟁을 끝내자”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공식 사과는 없었다.
올 3월 민주당과 안철수신당 합당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한길 안철수 두 전직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고리로 통합을 선언하자 문 의원이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견을 제시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당내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전 당원 투표까지 가서 뒤집어졌다. 하지만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대선후보 시절 문 의원의 공약이었다. ‘대선 공약 폐기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 당내 ‘문재인 책임론’ 공론화
조경태 전 최고위원은 16일 라디오에서 “이번 사태에는 문 의원도 책임이 있다”며 “지금 문 의원이 무슨 상왕이냐? 수렴청정하는 듯한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와 관련해서도 당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느닷없이 동조단식에 들어가면서 더욱 문제를 꼬이게 했다. 늘 분란을 야기시킨다”고까지 했다.
설훈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문 의원이 비판받을 지점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원내대표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의원도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문제에 대해 (문 의원을 비롯한) 중진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문 의원도 동석해 합의를 했다”며 문 의원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이 교수의 단독 비대위원장 추진 때와 공동위원장 추진 때, 무산되고 난 뒤 등 시기별로 입장 차이가 있다”며 “문 의원은 당내 문제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