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박경리 문학상 최종 후보자들]<5·끝>체코 태생 프랑스 망명작가 밀란 쿤데라
《 제4회 박경리문학상의 마지막 후보는 체코 태생 프랑스 망명 작가 밀란 쿤데라(85)다.
현존하는 최고의 현대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국내에서 70만 부 이상 팔렸다.
올해 그는 1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무의미의 축제’를 펴냈다.
그의 작품세계를 소설가인 최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소개한다. 》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은 밀란 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 ‘농담’ 프랑스어판 서문에서 “금세기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 주는 작가”라고 썼다. 쿤데라를 향한 국내 독자들의 사랑도 각별해 프랑스 밖에서 그의 전집이 처음 출간되기도 했다. 민음사 제공
체코 공산주의 독재체제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면서부터 일관되게 그의 작품 주제가 되고 있는 개인의 자유와 그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를 비롯한 현실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잘 표현되어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출판사인 갈리마르는 생존 작가에게는 매우 드물게 할애하는 ‘플레이아드 총서’에 쿤데라 전집을 포함시킴으로써 경의를 표했다. 프랑스 메디치상, 아카데미 프랑세즈상, 프랑스국립도서관상 등 국제적 문학상 또한 쿤데라의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을 칭찬했다. 노벨 문학상 심사위원회도 여러 번에 걸쳐 그의 작품을 수상 후보로 주목했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쿤데라의 ‘불멸’과 ‘향수’ 두 작품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쿤데라의 작품이 그렇듯이 ‘불멸’은 체코어로 쓰이고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향수’는 작가가 프랑스어로 쓴 세 번째 작품이다.
1990년에 발표된 ‘불멸’에서 쿤데라는 외부 서술자로 등장해 소설가의 상상으로부터 인물과 사건이 만들어지는 창작 과정을 숨기지 않는 독특한 소설을 선보인다. 과장된 표상적인 이미지와 잡음으로 상징되는 소멸적인 현대문명에서, 그 흐름에 저항하는 예술과 문학, 더 나아가 개인적 존재가 엮어내는 불멸의 테마를 쿤데라는 자유롭고도 풍요한 사색의 현란한 조각들로 직조해낸다. ‘불멸’은 “극적 긴장은 소설의 불행”이라는 쿤데라 소설론의 일단을 보여주듯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를 지니고 있지 않다. ‘얼굴’ ‘불멸’ ‘투쟁’ ‘호모 센티멘탈리스’ ‘우연’ 등 소제목 주위로 그가 창조한 인물군과 괴테, 헤밍웨이, 베토벤과 릴케가 시공을 뛰어넘어 종횡무진 교류하는 것이다.
○ 최윤 심사위원은…
본명 최현무. 서강대 불문학과 교수. 소설가. 저서로 ‘오릭맨스티’ ‘첫만남’ ‘마네킹’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 ‘겨울, 아틀란티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