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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병사 4명 “살인죄 인정 못해”

입력 | 2014-09-17 03:00:00

윤일병 구타사망사건 공판




16일 28사단 윤모 일병(20) 폭행 사망 사건 재판이 열린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고개를 떨군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왼쪽 사진). 이날 재판이 시작된 직후 법정 밖에서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이 출입 통제에 항의하며 안내를 맡은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피고인은 (살인죄) 공소 사실을 인정하나요?”

“아닙니다.”

16일 경기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윤모 일병(20) 폭행 사망 사건의 공소장이 살인죄로 바뀐 뒤 처음으로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 이모 병장(25) 등 4명은 살인죄를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부인으로 일관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될 무렵 140석 규모의 방청석엔 취재진과 일반 시민 40여 명이 참석했다.

구속 기소된 이 병장 등 가해자 4명과 불구속 기소된 유모 하사(23)와 이모 일병(20) 등 2명은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군복을 입은 채 헌병대 인솔을 받으며 재판정에 들어왔다. 범행을 주도한 이 병장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나머지 피고인들의 얼굴에서도 별다른 표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의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가해자인 지모 상병(20)과 이모 상병(20)은 머리가 책상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판사가 질문하면 방청석에서 겨우 들릴 정도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 하사는 자신의 범죄사실을 군 검찰관이 읽을 때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관심이 집중된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1시간 40여 분간 진행됐다.

재판이 시작된 뒤 3분 정도 지났을 때 닫힌 재판정 출입문 뒤로 “건들지 마. 왜 막고 그래”라는 고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재판 시작 시간에 임박해 도착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회원 50여 명이 복잡한 출입 절차를 문제 삼으며 입장하겠다고 군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 이 충돌로 인해 재판관은 재판 시작 9분 만에 휴정했다. 휴정 시간은 20분 정도였다.

이날 3군사령부는 취재진 등 사람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군사법원 옆 성당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신청서를 받은 뒤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교부했다. 또 녹취 등을 막기 위해 법원 입구에서 보안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임 소장은 “침입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항의한 것이다. 이후 임 소장과 회원 및 윤 일병 부모가 참석한 뒤인 10시 30분경 재판이 재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권은희, 윤후덕 의원도 재판을 지켜봤다.

이날 공판에서 군 검찰이 살인죄 공소사실을 설명하며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가혹행위 내용이 상세히 담긴 공소장을 읽어 나가자 방청석에선 “아 정말, 어떻게 저런…” 등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군 검찰은 이날 살인죄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모 일병에 대해 증인 신청을 하고 사인에 대한 추가 감정을 법원에 의뢰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군 검찰관 정성종 법무관은 “가해자 4명의 변호인들이 범행을 모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사건 당시 일정한 기능을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증인 신문 등을 통해 고의성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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