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ICJ)가 올해 3월 일본의 연구용 포경을 ‘불법’으로 판결하고 남극해에서 포경하지 말도록 명령했지만 일본 정부는 15일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에서 “앞으로도 계속 고래 사냥을 하겠다”고 밝혔다. 포경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식문화 보호’를 그 이유로 댄다. 일본 헤이안(平安) 시대(794∼1192년) 말기, 무사들은 전투에 나갈 때 고래고기를 먹었다. 당시 고래고기는 자양강장제 중 최고급 상품으로 통했다. 1603년 에도(江戶) 시대를 열면서 조직적인 포경에 따라 서민들도 고래고기를 맛보게 됐다. 일본의 오랜 음식 문화라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고래고기 섭취 비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전 농림수산상은 지난해 2월 “호주인은 캥거루고기를 먹고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지만 일본인은 이런 고기들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ICJ 결정을 무시하고 일본 정부가 포경을 계속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어민들의 강력한 정치적 압력의 결과”라는 해석과 함께 “포경을 애국의 상징으로 착각한다” 등의 비난도 나오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