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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아시아경기 심판 데뷔…“어휴, 떨려요”

입력 | 2014-09-17 17:09:00


"어휴, 제가 떨려서 죽겠어요."

전화기 너머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4·사진) 손기정기념재단 이사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하이 톤'으로 치솟았다. 2009년 현역에서 은퇴한 이 이사에게 설레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이사가 인천 아시아경기 육상 도로 경기의 심판으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이 이사는 28일 남녀 20km 경보와 10월1일 남자 50km 경보, 10월2일 여자마라톤과 10월3일 남자마라톤에서 심판으로 나선다. 선수가 코스를 이탈하거나, 선수끼리 잘못된 신체 접촉이 있는지, 또 경보의 경우 선수가 걸음과 스텝 규정을 위반하는지를 살핀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육상 마라톤 은메달로 세계적인 마라토너 반열에 오른 이 이사의 마라톤 인생에서 아시아경기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올림픽 은메달을 발판으로 1998년 4월 열린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당시 한국 기록(2시간 7분 44초)을 세운 이 이사는 상승세를 이어 그해 12월 방콕아시아경기 마라톤에서 생애 첫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냈다.

"사실 방콕 아시아경기 때는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김이용(현 강원 명륜고 감독· 최고기록 2시간 7분 49초) 선수가 페이스가 좋아 주목을 더 받았는데 정신력으로 금메달을 땄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방콕 아시아경기는 저에게 아주 소중한 대회였고 희망을 안겨준 대회에요."

이 이사는 아시아경기에서의 선전을 발판 삼아 2000년 2월 도쿄국제마라톤에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 기록(2시간 7분 20초)을 세웠다. 그리고 2년 뒤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또 한 번 목에 걸었다. 아시아경기에서 남자마라톤 2연패를 달성한 한국 선수는 이봉주가 유일하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1966년과 1970년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기미하라 겐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육상 도로 경기에는 또 한 명의 국민 마라토너,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44)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도 심판으로 나선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마라톤을 제패한 황 감독은 이래저래 이 이사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황)영조는 오랜 친구죠. 우리 선수들이 뛰는 것 보고 있으면 둘 다 함께 뛰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 같아요. 혹시나 해서 요즘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이사는 이번 아시아경기를 통해 한국 마라톤이 부활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마음으로 선수들 곁에서 뛰겠습니다."

현역 때보다 더 빛나는 '봉달이' 이봉주의 새로운 달리기가 시작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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