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방문해 재능기부… ‘컴맹 탈출’ 도와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병환 씨(82·오른쪽)가 노인정을 정보화 교육장으로 탈바꿈시킨 ‘PC정’에서 삼성SDS 직원으로부터 PC를 통해 음악을 내려받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삼성SDS 제공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가 참 듣기 좋더라.”
“여기에 노래 제목 입력하시면…보세요, 동영상으로 가수 얼굴도 보실 수 있어요.”
16일 서울 송파구 오금로의 한 아파트 노인정. 여느 노인정과 다름없는 외관이지만 한쪽 벽면에 걸린 ‘PC정’이라는 현판이 눈에 띈다. ‘피시정(彼視亭)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함께 소통하는 장소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날 찾은 PC정에는 파란 조끼를 입은 젊은이들과 돋보기를 연신 매만지며 진지하게 설명을 듣는 노인들이 짝을 지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카카오톡 메시지 주고받기를 비롯해 PC와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사용법, 좋아하는 노래 내려받는 법, ‘보이스피싱’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스미싱’ 등 휴대전화 사기 예방법 등 스마트 기기 이용에 꼭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설명과 질문이 오갔다.
PC정이라는 이름과 의미는 전동수 삼성SDS 사장의 아이디어다. 삼성SDS는 8월 잠실에 새 둥지를 마련한 뒤 사회공헌 차원에서 ‘어르신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노인정은 그 첫 사례다. 전 사장은 “정보기술(IT)에서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겠다”며 우선 잠실 지역에서부터 직원들의 IT 재능을 노인들과 나누는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런 거 필요 없다”던 노인들의 반응도 바뀌었다. 김주경 삼성SDS 과장은 “우리는 컴퓨터 몰라도 된다고 하시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집에 있는 태블릿PC를 가져와 사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며 “갈 때마다 자장면도 시켜주시면서 고맙다고 하셔서 우리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올해 사회공헌 비전으로 정한 ‘행복한 IT 세상으로 이어주는 스마트 브리지(Smart Bridge)’ 취지에 맞춰 정보화 소외계층에게 IT 인프라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