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탈당 철회]‘계파갈등 민낯’ 일주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7일 기자회견에서 당무 복귀를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무산으로 계파 갈등이 촉발된 지 엿새 만에 박영선 파동은 정리됐다. 박 원내대표가 ‘심려’를 끼친 동안 새정치연합은 바닥을 드러냈다. 공당(公黨)의 모습은 실종됐고, 계파 이익만 번득이는 민낯이었다.
○ “나에게 돌을 던져라”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국무회의 발언을 비판하는 대목에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대해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말미에 “많이 부족한 제가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드리는 애절한 호소”라며 “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박 원내대표는 한때 세월호법 협상 및 외부인사 영입 무산 파동 등의 뒷얘기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당무에 복귀한 만큼 확전하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차기 당권에 집착해 사분오열하는 당내 계파정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지만 빠졌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18일 상임고문단, 전직 원내대표 등과 만나 새 비대위원장 선출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려 할 경우 또 잡음이 터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 “많은 사람이 패자(敗者) 됐다”
두 차례 세월호 특별법 합의 과정에서부터 소통 부족을 드러낸 박 원내대표는 이 교수 영입 과정에서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사전에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의원과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당내 반발을 수습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의 사실상 당수인 박 원내대표가 당내 분란을 이유로 탈당 카드까지 꺼내든 것에 대해선 계파를 막론하고 “지나쳤다”는 비판이 많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대표라는 자리는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인데 연락을 끊은 채 며칠 동안 잠적하고 측근들을 통해 탈당을 운운한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 영입 사전 조율 문제를 놓고 박 원내대표와 진실게임 양상을 빚은 문재인 의원은 친노 진영에서조차 “결정적일 때는 늘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친노 좌장의 리더십이 흔들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갈등을 중재, 조정해야 하는 중진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상황 수습보다는 향후 비대위원장 선정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계파정치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호남 의원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강조했건만 ‘행동하는 욕심’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한 당직자는 “당의 곳곳이 큰 상처를 받은 부끄러운 일주일이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