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 ‘매대의 경제학’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교보문고 광화문점 중앙 통로 일대. 매대 중 일부는 출판사로부터 150만∼300만 원의 광고비를 받고 운영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난 회사원 김정원 씨(40)에게 물었다. 그는 서점을 한 바퀴 돌다 통로 한가운데에 놓인 매대에서 신간을 골라 구입했다. 김 씨는 “눈에 잘 보이는 책 위주로 손이 간다”고 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요즘 독자들은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서 신간을 둘러본 후→관심 있는 책 제목 기억→온라인 서점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입이라는 구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패턴의 출발점은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온라인 포함)이 매대 위에 전시한 책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대형서점 매대 위 신간은 어떻게 선별될까.
출판인들은 “신간을 대형서점에 입고시킨 후 일주일간이 가장 떨리는 기간”이라고 말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만 매일 300여 종의 신간이 들어온다. 신간들은 1차 선별돼 신간 매대에 진열된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10권 이상 팔리지 않으면 매대에서 빠져 서점 안쪽 서가에 꽂히게 된다. 3개월 후 재고로 출판사로 보내질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이다.
잘 팔리는 신간은 ‘분야별 평대’로 옮겨져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 여기서도 일주일에 10권 이상 꾸준히 팔리지 않으면 서가행이다. 교보문고 이복선 문학인문파트장은 “분야별 평대에서 한 단계 위인 베스트셀러 매대로 옮겨지려면 하루 30∼40권, 일주일에 200권 이상은 팔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치열한 ‘살아남기 전쟁’을 가볍게 극복하는 수단이 있다. 바로 ‘돈’이다. 대형서점마다 출판사에 일정 금액을 받고 매장의 진열 공간을 대여한다. 출판사에 따르면 교보문고 광화문점 기준으로 중앙 복도 양쪽 평대의 경우 1개월 임대료가 150만 원(부가세 제외)이다. 계단식 평대의 경우 한 달간 220만 원을 내야 한다. A출판사 직원은 “대형서점 입구나 통로 주변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책 중 상당수는 광고료를 낸 것이다. 자릿값으로 대형서점들이 매달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복도 한가운데 매대의 경우 1개월 이용료는 330만 원으로 뛴다. 기둥에 설치된 전시대(1개 면) 한 달 대여료도 330만 원. 서가 위쪽의 아크릴판 형태 광고는 1곳에 66만 원, 2곳에 77만 원이다. 서점별로 보면 매대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교보 광화문점. 이어 교보 강남점과 잠실점, 서울문고 센트럴시티점 순으로 교보 광화문점 매대 가격의 50∼60% 수준이다.
○ 마케팅 안하면 책 못 파는 세상
출판계 전반적으로는 매대 광고에 비판적이다. C출판사 대표는 “매대를 사지 않으면 노출이 어렵고 판매가 악화된다. 또 판매가 안 돼 매대에서 빠지면 더 판매가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과 거래하는 출판사 250여 곳 중 매대 광고 계약을 맺는 출판사는 30∼50곳에 불과하다고 출판계는 말한다. D출판사 마케팅 직원은 “좋은 자리는 자본력을 갖춘 대형 출판사에서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독점하기도 한다”며 “작은 출판사는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대형서점들은 매대 판매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7개 대형서점의 영업이익은 70여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5%나 감소했다. 교보문고 진영균 홍보팀 대리는 “매대를 무조건 판매하진 않고 자체 선별한 책이나 중소 출판사의 책을 전시하는 무료 매대가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