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절도범 배낭에 팬티 20장
9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가정집을 털다 붙잡힌 이모 씨(47)는 특이한 도둑이었다. 이 씨가 갖고 있던 검은 배낭에는 도둑들이 갖고 다니는 파이프 절단기, 스패너와 함께 여성용 팬티 20여 장이 담겨 있었다.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이 그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추궁하고 나섰다. 궁지에 몰린 이 씨는 갑자기 바지를 벗으며 “여자 팬티가 땀도 덜 차고 이것만 입으면 경찰한테 안 잡힌다고 했단 말이오”라고 외쳤다. 이날 그가 입고 있던 건 꽃무늬가 수놓인 여성용 흰색 ‘망사팬티’였다.
일용직 용접일로 생계를 꾸려오던 이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신림동과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를 돌며 17번이나 도둑질을 했다. 귀금속, 노트북컴퓨터, 카메라, 고급 시계, 향수처럼 값나가는 물건만 1000여만 원어치를 훔쳤다. 그런데 경찰의 가택수색에서는 여성 팬티 39벌, 브래지어 14벌, 팬티스타킹 15개도 함께 나왔다. 그는 “2005년 이혼한 뒤부터 여자 속옷을 입고 자위행위를 해야 더 흥분돼서 함께 훔쳤다”고 진술했다. 이 씨를 수사한 서울 관악경찰서 강력팀 관계자는 “자고 있는 여성을 가만히 놔두고 속옷만 훔친 걸로 봐서 특이한 변태 성향의 절도범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상습절도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