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채널A 차장
‘아, 놔∼! 이건 또 무슨 마케팅?’ 이러고 있는데…헉, 실제 상황이다.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를 후끈 달구고 있는 출근길 베를린 지하철 섹스 동영상이다. 하던 일을 계속하며 그 영상을 찍던 지하철 승객을 쳐다보았던 그대들은 진정 강심장!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을 거쳐 퇴근하는데, 거기서도 애정행각을 가끔 목격한다. 공항철도는 역 사이 거리가 멀고 정차 횟수는 적다. 한산한 객차의 바로 맞은편 자리에서 벌어지는 사랑 놀음, 눈 둘 곳이 없다.
문제는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들인데, 급행열차가 있는 9호선의 관찰·체험기다.
급행열차로 인해 9호선엔 독특한 문화가 생겼는데, 급행 역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가도 자신이 타려던 열차(급행 혹은 일반)가 오면 줄을 벗어나 앞사람보다 먼저 타는 것이다.
그런데 출근길에서 문제가 생기곤 한다. 5분이 아쉽다 보니 급행은 늘 미어터지는데, 줄을 잘 서 있다가도 자신이 타지 못할 것 같으면 줄을 벗어나 먼저 타버리는 것이다. 그 급행이 지각을 막아줄 막차였던 선량한 회사원은 가슴을 친다.
급행을 놓쳐 줄 제일 앞에 섰던 아침, 일반 열차가 정차를 하더니 사람들이 내렸다. 그런데 긴 생머리의 젊은 아가씨가 어수선한 틈을 타 내 앞에 ‘스∼윽’ 서버리는 것 아닌가. ‘어, 일반 열차에서 내린 승객과 급행을 기다리던 승객 중 누구에게 우선순위가 있는 거지?’
열차가 잠깐 출렁여 습자지 두께 같은 여유가 생겼다 싶으면 백팩을 멘 채로 함부로 몸을 돌리는 자도 있으니 위험천만하다. 이웃 처자의 블라우스를 그냥 찢거나 아예 생채기를 낼 수 있으니 조심!
머리도 마음대로 움직여선 곤란하다.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고 머리를 뒤로 홱 젖혔다가는 아침부터 코피 보는 이웃이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 당신이 무슨 샴푸로 머리를 감았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이웃의 코가 있다는 사실을.
급행 갈아타실 분들은, 내리시면 줄의 제일 끝으로 가는 게 정답. 앞으론 그렇게 하는 걸로!
허진석 채널A 차장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