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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허진석]9호선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입력 | 2014-09-18 03:00:00


허진석 채널A 차장

여자는 치마를 올려 다리를 드러낸 채 벽을 향해 섰고, 남자는 그 뒤에서 하반신을 바짝 밀착시킨 상태다. 바지춤은 내려가 있고.

‘아, 놔∼! 이건 또 무슨 마케팅?’ 이러고 있는데…헉, 실제 상황이다.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를 후끈 달구고 있는 출근길 베를린 지하철 섹스 동영상이다. 하던 일을 계속하며 그 영상을 찍던 지하철 승객을 쳐다보았던 그대들은 진정 강심장!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을 거쳐 퇴근하는데, 거기서도 애정행각을 가끔 목격한다. 공항철도는 역 사이 거리가 멀고 정차 횟수는 적다. 한산한 객차의 바로 맞은편 자리에서 벌어지는 사랑 놀음, 눈 둘 곳이 없다.

에티켓을 다루지만 이런 정신적인 피해 건은 이 글에선 논외다.(해당 행각이 ‘고마운 일’이지 무슨 ‘폐’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드시더라도 표현하진 마시길!) 누구도 승강장 섹스 건으로 피해를 호소한 사람이 없다며 독일 경찰도 수사를 할 방침은 없다나 어쩐다나.

문제는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들인데, 급행열차가 있는 9호선의 관찰·체험기다.

급행열차로 인해 9호선엔 독특한 문화가 생겼는데, 급행 역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가도 자신이 타려던 열차(급행 혹은 일반)가 오면 줄을 벗어나 앞사람보다 먼저 타는 것이다.

그런데 출근길에서 문제가 생기곤 한다. 5분이 아쉽다 보니 급행은 늘 미어터지는데, 줄을 잘 서 있다가도 자신이 타지 못할 것 같으면 줄을 벗어나 먼저 타버리는 것이다. 그 급행이 지각을 막아줄 막차였던 선량한 회사원은 가슴을 친다.

급행을 놓쳐 줄 제일 앞에 섰던 아침, 일반 열차가 정차를 하더니 사람들이 내렸다. 그런데 긴 생머리의 젊은 아가씨가 어수선한 틈을 타 내 앞에 ‘스∼윽’ 서버리는 것 아닌가. ‘어, 일반 열차에서 내린 승객과 급행을 기다리던 승객 중 누구에게 우선순위가 있는 거지?’

타는 데 성공해도 곳곳이 지뢰다. 어깨가 비좁으면 남자가 많이 탄 거고, 엉덩이 부분이 그러면 여자가 많이 탄 거라는 농담을 무력화시키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백팩! 그걸 허리 아래로만 내려 잡아도 여유로워지는데, 그놈의 휴대전화 때문인지 실행하시는 분이 많지 않다. 신체와 신체가 맞닿을 때의 여유 공간만 이용하는 배낭을 새로 만들고 싶을 정도.

열차가 잠깐 출렁여 습자지 두께 같은 여유가 생겼다 싶으면 백팩을 멘 채로 함부로 몸을 돌리는 자도 있으니 위험천만하다. 이웃 처자의 블라우스를 그냥 찢거나 아예 생채기를 낼 수 있으니 조심!

머리도 마음대로 움직여선 곤란하다.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고 머리를 뒤로 홱 젖혔다가는 아침부터 코피 보는 이웃이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 당신이 무슨 샴푸로 머리를 감았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이웃의 코가 있다는 사실을.

급행 갈아타실 분들은, 내리시면 줄의 제일 끝으로 가는 게 정답. 앞으론 그렇게 하는 걸로!

허진석 채널A 차장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