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의 한 일식집 앞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등 유가족 5명 중 몇 명이 대리운전 기사 이모 씨를 폭행하는 모습이 인근 빌딩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왼쪽 사진). 몸싸움 직후 한 사람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다(오른쪽 사진). CCTV 캡처
이 씨는 본보 기자와 만나 "30분 정도 대기했다. 밤 12시 정도면 대리기사들은 가장 일을 많이 해야 할 시간이다. 집이 부천인데 (세월호 유가족 대리운전하면) 여의도에서 안산까지 가야 했다. 그 시간에 안산 내려가면 한 시가 넘을 것 같고, 그러면 부천으로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못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리운전업체 소속인 대리기사 김모 씨(43)는 "일반인들은 대리기사에게 있어서 '30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른다. 그 시간이면 경우에 따라 두 건의 대리운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대부분 생계가 어렵거나 직장 월급이 변변치 못해 아르바이트를 뛰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하룻밤 동안 무조건 많은 손님을 모셔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새벽 시간 때는 한창 손님이 몰릴 때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낸 이 씨가 인격적 대우도 못 받고 폭행까지 당했으니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대리기사가 아닌 일부 누리꾼들도 피해자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네이버 사용자 'kdy6****'은 "대리기사 특별법을 제정해서 이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사용자 'rive*****'는 "무서워서 세월호 유족 옆에 못가겠다. 무소불위"라며 폭행에 가담한 일부 유족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 이 씨는 18일 오전 2시경 한 대리기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자신의 진술에 한 치의 거짓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수많은 대리기사님들이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사는데 나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정치적인 것은 전혀 모른다. 그저 진실이 밝혀져 나를 도와준 분들에게 조금의 피해도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재 자신의 심경에 대해서는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동료 대리기사들이 올려주신 글을 읽고 있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