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것은 1994히로시마대회였다. 당시 한국은 대학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 대회에 나섰지만 결승전에서 일본에 5-6으로 패하면서 초대 챔피언 등극의 꿈이 무산됐다. 이후 1998방콕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사상 최초로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혼합된 드림팀을 구성해 첫 금메달을 수확했고, 2002부산아시안게임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3차례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 스포츠동아는 아시안게임 사상 4번째 금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국야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1998방콕아시안게임부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4회에 걸쳐 환희와 눈물의 순간들을 더듬어본다.
김광현 이탈 등 준비 과정부터 삐꺽
추신수 등 활약…대만 두 차례 격파
4년 전 도하의 눈물 닦고 세 번째 金
도하 참사를 딛고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서라.
● 삐걱대는 준비과정
준비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SK)이 10월 25일 소집 첫날부터 이탈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그는 극심한 피로누적과 안면근육 마비 증상을 호소하며 합류가 불발됐다. 조범현 감독은 곧장 임태훈(두산)을 불러들이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았다. 류현진의 부진도 심상치 않았다. 두 차례 평가전에서 짧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제구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KIA와 첫 평가전에서 2이닝 3실점, 롯데전에서 다시 3.2이닝 5실점했다.
대표팀은 10일 결전의 장소인 중국 광저우에 입성했다. 하지만 마땅한 훈련 장소가 없어 애를 태워야만 했고, 경기가 열리는 아오티 베이스볼필드1을 경기 전까지 단 1차례도 밟아보지 못했다.
● 대만의 기선을 제압하다
한국은 대만, 홍콩, 파키스탄과 나란히 B조에 속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대만이었다. 사회인 야구팀으로 구성된 일본과 달리 대만대표팀은 다수의 해외파를 합류시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후진롱(LA 다저스), 천홍원(시카고 컵스), 야야오쉰(소프트뱅크), 린이하오(요미우리) 등이 경계대상 1순위로 꼽혔다. 결승에서 다시 만날 확률이 높은 만큼 반드시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은 예정대로 류현진을 선발투수로 내세웠고, 대만은 린이하오를 첫 경기 깜짝 선발로 발탁했다. 대표팀은 빠른 발을 가진 이종욱과 정근우가 1∼2번에 배치했고, 추신수∼김태균∼이대호(롯데)의 동갑내기 절친이 클린업트리오를 이뤘다. 추신수는 1회 1사 1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2점홈런을 터뜨린 뒤, 3회 무사 1루에서 다시 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으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은 6회 정근우의 1타점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6-1로 이겼다. 마운드에선 류현진이 6이닝 5안타 1볼넷 4삼진 1실점으로 에이스의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홍콩과 파키스탄에 각각 15-0, 17-0의 콜드게임승리를 거뒀다. 조1위를 확정한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일본을 피했다. 상대는 중국. 한국은 이 경기에서 2회 박경완(SK)의 2타점 적시타와 3회 추신수의 1점홈런 등을 묶어 7-1로 승리했다. 양현종이 6이닝 3안타 5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 양 팀 선발은 류현진과 판웨이룽(통일)이었다. 추신수가 1회초 1사 2루에서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따내자, 대만도 곧장 1점을 따라붙었다. 대표 선수들의 집중력은 매서웠다. 박경완의 적시타로 다시 2-1로 앞선 한국은 3회 추신수의 1타점 적시타와 이대호의 1점홈런, 그리고 강정호의 2점홈런을 묶어 4득점했다. 대만은 4회 2점을 내며 한국을 추격했지만 강정호는 7회 적시타와 9회 2점홈런을 때려내며 결승전의 히어로가 됐다. 류현진과 윤석민이 각각 4이닝과 5이닝을 나눠 던지며 결승전을 책임졌다. 추신수를 비롯한 11명의 선수가 병역혜택의 값진 선물을 받았다. 4년 전 흘렸던 도하의 눈물은 광저우에서 다시 금빛 눈물로 물들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