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전 첫 승점…중동여성 사회참여 결실
친오빠 A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성 B가 있었다. 그런데 가족은 여동생이 먼저 오빠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살해했다.(2004년) 여성 C가 있었다. 10대 후반의 기혼자였던 그녀도 오빠 D가 휘두른 흉기에 온 몸을 수십 차례 찔려 사망했다. C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동침했다는 것이 살인 사유였다.(2008년)
중동에서 가장 서구화됐다는 요르단에서 모두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다. 요르단에선 매년 20건 이상의 ‘명예살인’ 사건이 일어난다고 알려진다. 유엔(UN)은 정식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이색적인 장면은 눈에 띈다. 중동에서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기 위해 착용하는 히잡이다. 현재 요르단여자축구대표팀에선 공격 콤비 안나하르 아비르, 제브린 샤흐나즈 등 4명이 매 경기 히잡을 착용한다. 물론 규정상으로도 걸림돌은 없다. 유니폼과 정강이 보호대, 스타킹 등 규정된 복장을 제외하곤 일체의 장신구를 착용할 수 없도록 했던 국제축구연맹(FIFA)도 2012년 7월 아랍권 여성선수들을 위해 히잡 착용을 허락했다. 물론 유니폼과 히잡의 색상이 동일해야 한다.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 요르단은 15일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여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처음 얻어낸 역사적이고도 값진 승점이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선 또 다른 재미도 있었다. 이란 여성 심판진도 요르단의 일부 선수들처럼 히잡을 쓰고 경기를 진행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