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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대테러 경계등급, 그 너머로 오가는 미소…북한 ‘가깝고도 먼 이웃’

입력 | 2014-09-19 06:40:00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 어디서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을 끈다. 스포츠라고 해서 다를 수는 없다. 국내서 국제스포츠이벤트가 열릴 때면 국민적 시선은 북한 ‘미녀응원단’의 동행 여부에 쏠리곤 한다. 북한의 특성상 미녀응원단이 자발적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리라 짐작하면서도 경기장 곳곳에서 “우린∼하나다!”, “조국∼통일” 등을 외친 이들의 행보에 각별한 관심을 보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는 긴장된 남북관계로 인해 미녀응원단이 입국하지 않았다. 그러나 15일을 기점으로 가장 먼저 이번 대회를 시작한 북한남녀축구선수들은 외롭지 않았다. ‘공동응원단’이라는 무겁고 거창한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순수한 팬들이 중심이 돼 초록 그라운드를 누비는 북한남녀축구선수들을 향해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간혹 야유가 터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북한선수들에게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취재진도 비슷하다. 각국에서 인천으로 몰려든 9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대부분 북한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다. 사진기자들의 동선이 대표적이다. 북한 축구경기가 열린 현장에서 절대 다수의 사진기자들이 북한과 마주친 상대의 골대 뒤편에 몰린다. 북한이 공격하는, 소위 ‘그림이 되는’ 방향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위해서다.

그래서일까. 이곳저곳에서 자주 마주쳐 서로 안면을 튼 이들이 삼엄한 경계 너머로 가벼운 웃음과 따스한 악수를 주고받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대회 기간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약속해 양측 사람들이 접촉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은 문제될 게 없다. 대개가 해외대회 때 만난 경험이 있는 경우들이다. 아무래도 남자선수들보다는 살갑고 웃음이 많은 여자선수들은 한국 관중을 향해 먼저 두 손을 흔들어 인사하기도 한다.

물론 북한선수단의 폐쇄성은 여전하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입국 장면만 살짝 공개했을 뿐, 철저히 비공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의무참여인 경기 후 공식 인터뷰 때는 감독들이 먼저 나서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향한 절대적 복종과 충성심을 운운하는 등의 이질적 모습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간혹 ‘북한’을 ‘북측’이나 ‘(북)조선’이라고 부르지 않는 실수(?)를 범한 이들에게는 가차 없이 일침을 가한다. 안전한 대회를 위해 국가정보원 인력과 경찰병력을 대거 동원 중인 한국도 북한선수단의 편의를 위해 공항, 선수촌 등지에서 출입 검문은 간소화했으면서도 대테러 경계 등급은 상향조정했다. 이래저래 북한은 정말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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