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350억 원 이상 순자산을 가진 억만장자들이 2325명에 이른다. 작년에 비해 155명 증가했고, 자산 총합도 11.9% 늘어났다. 평균 나이는 63세로 대부분 40대 후반까지는 억만장자 클럽에 들지 못했다. 슈퍼 부자가 몰려 있는 도시는 뉴욕 모스크바 홍콩 순이다. 그제 스위스 자산정보업체인 웰스엑스와 UBS은행이 내놓은 ‘2014년 억만장자 현황’에 담긴 내용이다.
▷억만장자 중 35%는 대학 졸업장이 없다. 10명 중 8명은 스스로 노력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란 점이 눈길을 끈다. 8월 재벌닷컴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는 자산 1조 원을 넘는 슈퍼 부자가 35명이다. 이 중 25명은 재벌가 출신 상속형 부자로 조사됐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통 큰 기부를 한다는 점이다. 기부 총액이 1억 달러를 넘는다. 부를 축적하기까지 개인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공동체의 지원을 받았던 만큼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2006년 미국 정부가 상속세 폐지 방안을 들고 나왔을 때 빌 게이츠 등은 ‘책임지는 부자’란 단체를 만들어 반대운동을 폈다. 당시 억만장자 워런 버핏은 상속세 폐지를 “2000년 하계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의 자녀들로 2020년 올림픽 대표를 뽑으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개탄했다.
▷저널리스트 리처드 코니프는 부자를 ‘호모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라고 명명했다. ‘돈 많은’이란 뜻의 라틴어 페쿠니오수스(Pecuniosus)를 덧붙여 영장류의 이종으로 분류한 것이다. 거의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과 침팬지가 사뭇 다르듯 부자도 보통 사람과 완전히 다른 종(種)이란 의미다. 억만장자가 천문학적 액수의 미술품을 사들이는 것도 스스로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코니프가 제시한 ‘부자 10계명’엔 평범한 이들도 되새겨볼 항목이 있다. ‘항상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라.’ ‘항상 가족을 제일 중요하게 여겨라.’ ‘주려면 일찍 주고 자주 주고 당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주어라.’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