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승찬의 SNS 민심]“아빠, 담뱃값 오르니 끊어요” “넌 전기료 오른다고 게임 끊냐”

입력 | 2014-09-19 03:00:00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이번 주엔 ‘담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 2000원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부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10일부터 17일까지 8일 동안 ‘담뱃값’과 관련해 올라온 블로그와 트위터 문서 수는 총 21만582건이었다. 하루 평균 3만여 건에 이르는 수치다. 탈당 파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하루 최고 언급량이 1만6657건(9월 15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정치’보다 ‘담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박 대표의 언급량은 ‘담뱃값’ 언급량의 30% 남짓한 6만4038건이었다.

‘담뱃값’ 전체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7만9123건을 기록한 ‘인상’이었다. 2위는 ‘정부’(2만9314건), 3위는 ‘국민’(2만7913건)이 차지했다. 4위는 ‘세금’(2만4343건), 6위는 ‘서민’(2만1199건)이 차지해 이번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이른바 서민 증세 논란이 뜨겁게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5위는 2만1657건의 ‘금연’(끊다 포함)이 차지했는데 담뱃값 인상 발표와 함께 금연 언급량도 폭발적 증가 추세를 보였다. 리트윗 1위 문서도 금연과 관련됐다. “담뱃값 오른다고 아빠가 짜증낸다. 이참에 끊으라고 했더니 아빠가 너는 전기료 오른다고 게임 끊을 수 있냐고 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트윗은 무려 3600회 이상 리트윗됐다.

7위는 2만696건을 기록한 ‘건강’이 차지했는데 이는 3위 ‘국민’과 함께 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제법 컸음을 반영한다. 이와 관련해 “뉴질랜드 국민이 담뱃값이 비싸도 참는 이유”라는 트윗이 2800건 이상 리트윗됐다. 뉴질랜드 담뱃값은 우리 돈으로 1만3000원이나 되는데 수익금 전액을 금연자를 위한 보조제 예산이나 흡연으로 인한 질병 퇴치에 쓰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우리의 경우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를 때 건강증진부담금은 841원에 불과하다. 현재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354원의 국민건강증진기금 가운데 금연사업에 쓰이는 예산은 1% 남짓이다.

한편 언급 연관어 8위는 1만5821건을 기록한 ‘주민세’가 차지했고 8747건으로 18위에 오른 ‘자동차세’와 함께 각종 세금 인상 불안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9위에는 1만2515건의 ‘사재기’가 올랐고 정부가 사재기 제재 방침을 밝힌 뒤에는 ‘벌금’ 언급량도 상승했다(14위, 9812건). 10위는 1만491건을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 차지였다.

늘 그랬듯 인물 연관어 1위에는 박 대통령이 올랐고 2위에는 뜻밖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9416건)이 자리했다. 노무현 정부 때 담뱃값 500원 올리는 것을 두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민이 절망할 일’이라고 비판한 내용이 2000원 인상 발표와 비교되면서 빠르게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인물 연관어 3위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한 정청래 의원이 차지했는데, 한 언론이 금연구역에서 흡연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정 의원은 “허위 보도에 대해 사법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2012건). 4위는 1594건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5위에는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 재판과 담뱃값 인상을 연결한 이른바 ‘음모론’이 일부 퍼지면서 1262건을 기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올랐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긍·부정어 분포를 보면 긍정어 분포가 23.8%, 부정어 분포가 52.3%로 부정적인 단어가 두 배 이상 많이 언급됐다. 긍·부정 연관어 1위는 ‘비싸다’(7464건), 2위는 ‘절망하다’(5537건)가 올라 비싼 담뱃값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뒤이어 ‘건강 위하다’(3926건) ‘싸다’(3312건)가 올라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도 저렴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짜증내다’(3227건) ‘반대하다’(3007건) ‘담배 끊다’(2111건) ‘스트레스’(2011건) ‘대박’(1846건) ‘세금폭탄’(182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9위에 오른 ‘대박’은 6월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가운데 담뱃값이 4500원일 때 세수가 최대치(2조7000억 원)에 이른다는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번 담뱃값 인상이 세수 확대를 위한 조치가 확실하다’는 뜻으로 사용된 키워드다.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현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서민 증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담뱃값 인상폭이 정부안대로 추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담뱃값을 인상하면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것이 정설인데, 다음 총선이 20여 개월이나 남아 있는 것도 인상폭의 변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