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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오던 SOC예산, 6년만에 최대 24조4000억 배정

입력 | 2014-09-19 03:00:00

[2015년 376조 ‘슈퍼예산’ 편성]




18일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은 복지와 일자리, 창조경제를 중시하는 ‘근혜노믹스’와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하는 최경환 경제팀 ‘최(崔)노믹스’의 결합체다.

대통령 공약사업을 이행하면서 당초 줄여 나가기로 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경기부양을 위해 큰 폭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크게 불어나면서 재정건전성이 뒷전으로 밀린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두 경제정책의 물리적 결합이 자칫 한국 경제의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재정 여력을 떨어뜨려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SOC 예산 6년 만에 최고

과감한 재정 확대를 추진해온 최경환 경제팀의 기조가 가장 잘 드러난 분야는 SOC 예산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정부는 임기 말인 2017년까지 SOC 예산을 연평균 5.7%씩 줄여나가기로 했지만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7000억 원 늘어난 24조4000억 원이 편성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부양을 위해 SOC 투자를 대폭 늘렸던 2009년(25조50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신규 SOC 사업에는 대통령 공약사업인 광주순환고속도로(150억 원), 광주∼목포 호남선KTX 사업(300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공사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완공되는 도로는 충주∼제천 고속도로 등 94건으로 지난해 54건보다 늘었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철도시설 보강 등 안전예산도 확대됐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등에 902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도 파격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하철 설비 투자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싱크홀’ 탐사를 위한 장비구입 비용도 예산에 반영됐다.

올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예산폭탄’ 등 각종 지자체 공약이 쏟아진 가운데 정치권 요구 예산들도 상당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 당선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호남지역 예산 확대 지원에 나선 가운데 올해 예산안에 전북 관련 예산이 지난해보다 177억 원 늘어난 5조7613억 원이 반영됐다고 전북도는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홍성-예산) 등이 포진한 충남은 전액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던 서해선 복선전철 예산 300억 원을 따냈다.

○ 일자리 창조경제 예산도 대폭 확대

균형재정을 위해 축소하기로 했던 SOC 예산 등이 늘어나면서 내년 예산은 모든 분야에서 올해보다 지출이 증가한다. 복지공약 이행에 따라 9조1000억 원(8.5%)이 늘어난 복지 외에도 일자리, 창조경제,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예산 증가가 두드러진다. ‘고용률 70% 달성’, ‘선도형 경제’, ‘문화 융성’ 등 근혜노믹스의 뼈대를 이루는 분야들이다.

일자리 예산은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 대상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19만9000개에서 20만6000개로 늘리는 등 14조3000억 원으로 7.6% 늘어난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 인상분의 50%(월 최대 60만 원)를 1년간 지원하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도 신설된다. ‘판교 창조경제밸리’ 육성 등 창조경제 관련 예산은 8조3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7.1%, 창작준비금 지원 대상 예술인이 올해(1600명)의 2배 수준인 3500명으로 늘어나는 등 문화·체육·관광 예산도 6조 원으로 10.4% 증액된다.

공공 분야에서는 공무원 월급을 3.8% 인상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막대한 부채를 진 한국수자원공사에 이자비용 32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방예산은 병사 월급이 15% 인상되는 등 올해보다 5.2% 증액된 37조56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예산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정부는 스포츠토토 판매수익금과 마사회 특별적립금을 정부 기금에 편입시키는 등 재정개혁에 나서기로 했지만 재정 악화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경제활성화 예산이 단기 효과에 그치는 SOC 등에 집중된 것은 아쉽다”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재정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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