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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활짝 연 ‘어울림의 정치’ 절실”

입력 | 2014-09-19 03:00:00

‘한국정부론’ 여섯번째 개정판 낸 안병만 前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지역과 이념으로 갈린 배타적인 문화가 지속되는 한 우리나라는 미래가 보이지 않을 겁니다. 당리당략을 초월해 화합하는 선구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 수장을 지낸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사진)이 18일 ‘한국정부론’의 여섯 번째 개정판을 펴냈다. 이 책은 전두환 정권인 1985년 처음 출간된 당시 ‘독주의 순환’이라는 부제로 ‘행정부 중심의 독재 고리를 끊어야 민주화가 이뤄진다’는 내용을 담아 수차례 검열 파동을 겪었다.

시대 흐름에 맞춰 개정을 거듭해온 이 책의 여섯 번째 부제는 ‘어울림의 미학’.

안 전 장관은 “2008년부터 2년간 행정부 각료로 일하면서 입법부에 의한 견제기능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고 느꼈다. 특히 반값등록금처럼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여야 싸움 때문에 좌초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면서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는 민주화를 이뤘지만 이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대립과 갈등에 익숙해 선진국 수준의 정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 전 장관은 ‘어울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주창했다. 여든 야든, 행정부든 입법부든 국가가 어려울 때는 당리당략을 초월해 국정을 운영하는 수준 높은 어울림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세월호 사안 등으로 각 분야의 대립이 더 심해지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행정부 고위 관료들조차 좌빨이나 보수꼴통 같은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해 안타깝다”면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노동자였지만 당선되자마자 보수세력과 손을 잡아 퇴임 때 9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20년간 자신을 가둔 세력을 용서하고 함께 일해 성공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진보 세력의 어젠다였던 통일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어울림의 시작”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야당이 대통령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하지 말고 먼저 야당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어울림의 미학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