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聯 문희상 비대위 체제로
투톱의 악수 18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추천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문희상 의원(왼쪽)이 박영선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문 의원은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대통령도 바로 설 수 있다”며 “야당이 잘 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 의원은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 대선 패배로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추슬렀다. 새 비대위원장은 내년 당대표 선거 룰을 정하고 지역위원장 인선을 주도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그만큼 차기 당권을 노리는 계파 간 신경전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날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 진통 끝에 문희상 추대로 가닥
그러나 이 의원 본인이 고사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 의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권노갑 고문 등이 “이 의원도 하지 않겠다고 하니 문 의원으로 만장일치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정대철 고문은 “결국 돌고 돌아 친노로 가는 것이냐”고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고성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가까스로 회의가 수습되면서 문희상 비대위원장 추대로 정리됐다. 하지만 회의 후 발표문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대목은 빠졌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견이 있더라도 마지막에 하나로 모아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모두 수용하고 함께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추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잘 설 수 있도록 꼭 도와 달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의 앞날은 계파 간 갈등으로 순탄치 않아 보인다.
○ ‘관리형 비대위’로는 “혁신 어렵다”
문 의원은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5·4 전당대회 때까지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희상 비대위는 ‘뼈를 깎는 혁신’과 ‘냉정한 대선 평가’를 강조하며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친노의 분열주의 등을 적시한 한 교수의 대선평가보고서에 친노가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대선 패인 평가는 흐지부지됐다. 당 혁신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게 되면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계파 간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한 재선 의원은 “향후 비대위원 인선에 비대위의 성패가 달려 있을 것”이라며 “계파별 지분 나누기 식으로 비대위가 꾸려지면 당권을 향한 계파 간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문희상 비대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박 원내대표의 임기도 쟁점
일단 비대위원장 인선은 일단락됐지만 당내 강경파들은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임기를 쟁점화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측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최선을 다한 뒤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강경파는 “사퇴 시기를 못 박으라”고 연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일 합동회의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사퇴 시점을 두고 격론이 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 측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강경파를 성토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7·30 재·보궐선거 참패로 인해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 구성 권한을 위임받은 과정을 언급한 뒤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겸하라, 혁신하라’ 그렇게 위임해 놓고 동의를 받으라 한다. 그것도 다수가 아니라 소수가 말이다”라며 “이쯤 되면 자기모순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
한상준 alwaysj@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