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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재가 만나는 경계면은 신소재의 보고”

입력 | 2014-09-19 03:00:00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기능 생겨
1만번 충전가능 ‘슈퍼 축전기’ 등… 김광호 교수팀, 신기술 잇달아 개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 연구단’을 이끄는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교수. 경계면을 관찰하려면 전자현미경이 필수다. 부산=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두 소재의 경계면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리화학적 특성이 나타납니다. 최근 신소재 개발 패러다임은 경계면 연구로 넘어왔습니다.”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서로 다른 두 소재가 만나는 경계면 즉 ‘인터페이스(interface)’ 연구에서 국내 일인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기술 혁신의 시작은 신소재 개발”이라며 “세계적인 연구 그룹들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경계면 연구를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절삭공구의 코팅 막으로 사용하는 질화티타늄(TiN)에 실리콘(Si)을 첨가한 복합소재를 연구했는데, 이때 두 소재가 만나는 경계면에서 각 소재의 강도를 뛰어넘는 ‘초경도 현상(super hardness)’을 발견했다.

2008년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도 영하 223도의 극저온에서 절연체와 금속성 물질의 경계면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학계에는 두 소재의 경계면에서 특수한 성질이 생긴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왜 이런 특성이 나타나는지, 어떻게 활용할지 앞서나가는 연구가 없었다.

2012년 김 교수는 경계면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m)인 경계면에 들어 있는 원자는 100만 개를 넘는다. 김 교수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전자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경계면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하나둘 밝혀내기 시작했다. 현재 경계면 연구에서는 김 교수팀이 독보적이다.

그 덕분에 김 교수는 지난해 경계면만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글로벌프런티어사업단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 연구단’ 단장으로 선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연구단에 연구비 35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22년까지 연간 100억∼120억 원을 투입한다.

연구단은 출범 1년 만에 굵직굵직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금속유기체에 그래핀을 붙여 기존보다 에너지를 6배 더 저장할 수 있는 ‘슈퍼 축전기’를 개발했다. 이 축전기는 충·방전을 1만 번 이상 반복해도 성능이 유지돼 전기자동차에 활용될 소지가 높다.

4월에는 5nm급 초미세회로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그간 반도체를 설계할 때는 회로 선폭 10nm가 반도체 공정의 한계로 여겨져 왔는데, 그 한계를 인터페이스 연구로 뛰어넘은 것이다.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소재는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도 활용된다. 연구팀은 식물의 엽록소에 은 나노입자를 붙여 기존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2배 높은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또 폴리머구슬과 산화구리를 붙인 소재를 촉매로 써서 햇빛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소전극을 개발했다. 수소는 수증기 이외에는 어떤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연료다. 수소 전극이 상용화되면 공해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김 단장은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연구로 개발한 신소재는 배터리, 반도체, 의료기기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부산=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