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저축銀 수뢰혐의’ 항소심서 주장 “여의도에 가서 답 받아와라” 檢, 아내와의 구치소 접견기록 공개 朴 “도와달라는 연락 받았을 뿐”…증언뒤 풀려나, 대가성 의심
새정치聯 중진들 긴급 대책 모임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내홍이 격화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곤, 정세균, 박지원, 문희상, 박병석 의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됐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72)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데 결정적인 증언을 한 전직 경찰간부 한모 씨가 지난해 5월 증인 출석 전에 박 의원에게 “보석으로 석방되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사실이 항소심 법정에서 새로 공개됐다. 당시 한 씨는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이었다.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항소심 공판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총 8000만 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의원의 공소사실에는 2010년 6월 전남 목포시 선거사무실에서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2012년 7월 검찰 수사 때는 한 씨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다가 재판이 열리자 “오 씨를 만난 자리에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과장이었던 한 씨가 동석했다”고 주장했다. 한 씨도 지난해 5월 1일 법정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나도 있었다. 오 씨는 빈손이었고, 금품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증언했고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6일 열린 박 의원 항소심 공판에서 1심 재판부에 제출되지 않은 지난해 4, 5월 한 씨의 구치소 접견 녹취록을 새롭게 공개했다. 당시 한 씨는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상태였는데, 아내와 지인에게 “여의도에 가서 답을 받아서 나한테 오라고 해요. 서○○한테” “답을 가져와야 여기서 무슨 말을 하지” “서 변(변호사의 줄임말)이 왔다가야 하는데…꼭 좀 와야 조율할 것이 하나 있다고 그래” “서 변보고 전화해 형님한테 결심을 받고 오라 그러면 알아”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씨의 아내 김모 씨가 “‘시숙님’(박 의원을 지칭)에게 문자와 전화를 했다”고 말한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박 의원은 “김 씨와 친분이 있어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했다. ‘시숙님 도와달라’고 하는 단순한 연락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측 요청에 따라 한 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의원은 2011년 3월 9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보해저축은행 대주주 임건우 씨와 오 전 은행장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고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청탁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16일 공판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당시 비서과장으로 사건 당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 중이던 신모 씨가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당시 김 전 위원장의 휴대전화를 대신 갖고 있었다. 그는 “원내대표와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김 위원장이 이들에게 ‘콜백’ 전화를 했는데, 누구에게 전화를 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회의 중에 위원장님이 나오셔서 화장실 앞에서 전화를 했다는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