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파김치” 다른 임시매장 50일새 3곳 전전 “월급 받기도 민망해” 오픈 기다리다 지쳐 하나둘 퇴사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제2롯데월드 애비뉴엘동 지하 1층에서 프리오픈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6일부터 10일간(추석 당일 제외) 진행된 프리오픈 행사에는 약 2만4000명의 시민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 씨가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된 것은 올 5월부터였다. 회사의 말대로라면 제2롯데월드에 200m²(약 60평) 크기의 새 매장이 들어서 운영이 시작됐어야 했다. 하지만 개장은 여러 차례 미뤄졌고 최 씨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최 씨는 “출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고 여러 곳을 전전하려니 너무 피곤해 이달 초에는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다”며 “이제 젊은 나이도 아니라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J사는 저층부 3개동 중 하나인 롯데월드몰에 국내 1호 점포를 열기로 한 외국계 제조유통일괄형 의류(SPA) 업체다. J사 매장에서 일하기로 했던 20, 30대 여직원 30명 중 10여 명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이들은 3, 4월에 입사했지만 오픈 일자가 계속 미뤄지면서 하나둘씩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서는 일부 직원을 임시 매장에 파견하고 하는 일이 없어도 한두 달은 월급을 정상 지급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무리였다. 이 업체 대표는 “직원들이 ‘월급 받기도 민망하다’거나 ‘기약 없는 오픈 일자에 경력을 망치기 싫다’며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회사는 20억 원에 달하는 봄여름 상품을 팔지 못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이 업체처럼 국내에 다른 매장이 없는 신규 진출 브랜드들은 이미 고용한 직원을 해고할 수도, 다른 곳에 파견할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점하기로 한 점포 중 40여 곳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입점 업체들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제2롯데월드에서 일하기로 했던 중국어 통역 요원 40여 명은 잠실점 등 다른 점포에서 임시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 방재, 교통 분야의 점검 결과와 시민 설문조사 내용(프리오픈 기간 중 방문한 약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을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 주 안에 전문가 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안전점검 등에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건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점검과 설문 결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장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