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 ‘아사히 요시다 발언 오보’ 꼬투리 잡아 극우대표단, 지한파 지식인 등에 “당신 생각 고쳐라” 역사왜곡 강요 日정부-민간 함께 美로비전 강화
일본 우익단체가 만든 위안부 관련 영문 팸플릿.
일본 우익진영의 이론 무장을 주도하는 극우 논객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가 이끄는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기획위원과 유아사 히로, 도미야마 야스시히로 씨 등 3명을 이달 7∼14일 워싱턴에 보냈다.
본보는 이들이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방문교수(사진), 민디 코틀러 아시아폴리시포인트(APP) 소장,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및 한미연구소(ICAS) 선임연구원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평소 워싱턴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을 강력하게 비판해 온 지한파 지식인들이다. 대표단이 일주일 동안 체류했던 것을 감안하면 접촉 대상은 이들을 포함한 전문가와 의회 관계자 등 최소 10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지한파 인사들에게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도쿄 기독교대 교수가 작성한 ‘위안부 이슈-사실의 재검토와 일반적인 오해들’이라는 24쪽 분량의 영문판 소책자를 건네주면서 “잘 읽어보고 당신의 생각을 고치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 의회와 전문가, 심지어 유엔 관계자들도 한국인들 때문에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바로잡고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책자에는 “위안부는 강제 동원되지 않았다” “1993년 고노 담화는 국제사회의 오해를 키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07년 결의안 통과 당시 하원의 한반도 담당 전문위원이었던 핼핀 교수는 17일 본보 기자와 만나 “이들이 10일 사무실로 직접 찾아왔다. 이들의 주장을 듣고 난 뒤 ‘위안부 결의안은 요시다 증언이나 아사히신문 기사와 관계없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일본 점령군 총사령관의 보고서 등 광범위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통과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밝혔다.
닉시 연구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들에게 ‘위안부 결의안은 요시다 증언만으로 통과된 것이 아니며 여러 가지 충분한 증거와 조사를 거친 뒤 내려진 것이다. 설령 아사히신문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위안부 결의안 자체를 흔들 수는 없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극우 대표단은 “우리 할아버지들을 강간범(rapist)이라고 할 수 없다” “일본은 2차 대전 뒤 국제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이 문제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이미지를 생각해 줘야 한다” 등의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닉시 연구원은 “최근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려는 일본의 워싱턴 로비가 매우 강하다. 일본은 아사히신문 오보 사태로 좋은 계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는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측은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 이후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역사왜곡 논쟁에서 한국에 밀리자 유력 싱크탱크 세미나 등에 전현직 당국자와 학자들을 연사로 대거 파견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 이후 일본 측 대응이 다소 수세적인 자세였다면 최근 아사히신문의 오보 인정을 계기로 매우 적극적이고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