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 시장은 스냅드래곤, 엑시노스, 테그라 등 ARM 계열 프로세서가 주류를 이뤘다. 한편으로 PC용 프로세서를 주로 생산하던 인텔은 윈도8 태블릿PC를 중심으로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를 내놓았다. 나아가 올해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시장에 보급형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10~20만 원대의 저가형 태블릿PC를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4에서 차세대 프로세서인 인텔 5세대 코어 M 프로세서(브로드웰 Y)를 선보이면서 태블릿PC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모바일 프로세서를 위한 인텔의 노력
인텔은 고성능 PC용 프로세서 제조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도 꾸준히 연구해왔다. 2010년에는 LG전자를 통해 무어스타운(아톰 Z600)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소개(시제품, 미출시)했고, 2012년에는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인 메리필드(아톰 Z2400)를 레노버에 공급한바 있다. 2013년에는 클로버트레일+(아톰 Z2580)를을 탑재한 스마트폰 '레노버 아이디어폰 K900'이 상용화(해외 출시)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베이트레일(아톰 Z3745)을 탑재한 저가형 태블릿PC가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출시됐다.
지금까지 인텔이 선보인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는 모두 아톰 기반의 프로세서다. 아톰은 낮은 전력소모가 특징인 프로세서로, 과거 넷북을 쓰던 사람이라면 익숙할 이름이다. 사실 당시 아톰의 성능은 사용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배터리 지속시간, 휴대성 등 넷북이라는 폼팩터에는 적절한 프로세서지만, 각종 윈도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에는 성능이 역부족이었다.
이 아톰이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로 넘어온 초기(무어스타운 등)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당시 모바일 프로세서의 주류였던 ARM 계열 프로세서와 비교해 성능이 우월했지만, 전력 소모량 많기 때문에(앞서 전력 소모가 낮고 성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이는 일반 PC용 프로세서와 비교해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의 호환성이 비교적 낮았다.
하지만 인텔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출시한 클로버트레일부터는 크나큰 발전을 이뤘다. 성능을 높이면서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의 호환성까지 높였다. 이를 통해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상용 제품까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윈도8 태블릿PC에도 클로버트레일을 공급하면서 전력 소모량 절감, 성능 개선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출시한 4세대 아톰 프로세서 베이트레일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제조공정 세밀화(22나노, 클로버트레일은 32나노 공정)로 성능을 높이면서 동시에 전력 소모와 발열까지 낮췄다.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에이서 아이코니아 W4의 경우, 7~8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PC(ARM 계열 프로세서)와 비슷한 배터리 지속 시간을 보여준다. 성능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 서든어택 등 캐주얼 게임을 즐기기 충분할 정도로 높아졌다.
올해에는 이 베이트레일을 안드로이드 전용으로 최적화해서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아톰 Z3645다. 이 프로세서는 메모리 콘트롤러 원가를 줄여 프로세서 전체의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낮은 프로세서 가격 덕분에 20만 원 내외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쓸만한 성능을 갖춘 제품도 등장했다. 예를 들면 에이수스 미모패드7이다. 이 제품은 20만 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LG G2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낸다(참고: http://it.donga.com/18424/).
코어 M 프로세서로 노트북 성능의 태블릿PC 등장?
그런데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보급형만 등장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5세대 코어 M 프로세서 때문이다. 이 프로세서는 인텔이 앞으로 선보일 브로드웰 시리즈 중 발열과 전력 소모량이 가장 낮은 'Y' 프로세서로, 냉각 팬이 없는(Fan less) 것이 특징이다.
*브로드웰은 올 한해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주류였던 '하스웰'의 다음 세대 제품이다. 14나노 제조 공정으로 전력 소모량을 낮추면서 성능을 높였다(하스웰은 22나노 공정). 하스웰의 특징이었던 저전력 + 고성능 그래픽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일부 고급 하스웰 프로세서에만 적용하던 내장 그래픽(아이리스 프로)을 기본 탑재할 전망이다.
코어 M 프로세서의 TDP(열 설계 전력, 프로세서가 최대한으로 소비하는 전력량)는 4.5W에 불과하다. 이는 아톰 베이트레일과 비슷한 수준이며, 낮은 TDP를 통해 배터리 사용 시간을 확보하고 발열까지 줄인 셈이다. 발열이 적다는 것은 기기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각 팬이나 공기 순환 통로 등을 단순하게 만들거나 아예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FA 2014에서 등장한 제품은 하나같이 얇다. 레노버의 경우 10mm 두께의 고성능 2-in-1 PC '씽크패드 헬릭스'를 선보였으며, 에이수스도 12mm 두께의 13인치 울트라북을 선보였다.
나아가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태블릿PC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사실 디태처블 형태의 2-in-1 PC는 키보드와 분리하면 태블릿PC가 된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코어 M 프로세서를 탑재한 태블릿PC가 윈도9 운영체제와 맞물려 대거 출시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노트북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 태블릿PC의 휴대성과 배터리 사용시간을 갖춘 제품이 등장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도 기대해볼 만하다. 베이트레일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해 내놓은 것처럼 브로드웰 역시 최적화해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동영상 감상, 웹 서핑 등 콘텐츠 소비 중심의 태블릿PC(베이트레일)와 함께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업무 생산성 중심의 태블릿PC(브로드웰)가 함께 등장할 수 있다.
<인텔이 올해 컴퓨텍스에서 제시한 팬리스 모바일PC의 기준(레퍼런스) 모델>
인텔에 따르면 코어 M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다. 이와 함께 2015년에는 브로드웰의 다른 시리즈도 공개할 예정이다. PC에서 태블릿PC로 저변을 넓히려는 인텔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보일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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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