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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싸움보다 수익성” 아버지와 다른 이재용 경영스타일

입력 | 2014-09-20 03:00:00

韓電터 입찰로 본 삼성그룹의 변화… 계열사 컨소시엄 구성 예상도 깨




삼성이 한국전력 터 입찰에서 탈락한 과정을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경영 및 투자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재계 서열 1위’라는 자존심보다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점,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하지 않고 현금 여유가 있는 삼성전자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시킨 점 등이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는 또 다른 이재용 부회장(사진) 식 경영 방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 입찰 참여에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한전 터의 수익성과 적정 투자 금액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선 한전 터를 인수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4조3000억 원 정도의 투자가 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4조8000억 원까지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고 결과적으로 4조6000억 원 가까이 써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등 마지막에 숫자를 결정한 세 사람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이기기 위해 무리한 액수를 써내지는 않는다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의 입찰을 ‘재계 1, 2위의 자존심 대결’이라고 보지만 이 부회장이 보는 ‘프레임’은 전혀 다르다”며 “아버지 이 회장이었다면 ‘반드시 이기라’고 주문했을 테지만 이 부회장은 ‘가능하면 이기되 수익성을 절대 무시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와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깨고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점도 과거와는 달라진 부분이다. 과거 삼성그룹을 내세워 계열사에 관계없이 ‘우리는 하나’라는 식의 구심력을 강조하던 모습과는 달라진 투자 형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단순히 삼성물산이나 삼성SDI, 삼성전기 등 여타 전자 계열사들은 여력이 없기 때문에 빼고 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가장 현금 여유가 많으니 삼성전자만 입찰에 참여시켰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는 삼성그룹이 구상했던 ‘정보통신기술(ICT) 타운’ 조성과는 업무 성격이 달라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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