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저자 피케티 방한 인터뷰]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교수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극심한 불평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불평등 심화를 분석한 저서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43)는 19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15회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전 행사로 마련된 토론회 참석차 이날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
그는 “불평등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일정한 수준의 불평등은 경쟁을 통해 성장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유효하다”면서도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극심한 불평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의 마르크스가 아니냐’는 자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부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자본의 영향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교수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기회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교육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컸지만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교육에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공공교육을 확대해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려운 하위 계층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소득과 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개정판에는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1% 대 99% 대토론회’에 참석한 피케티 교수는 300여 년에 걸친 방대한 통계자료를 분석해 얻어낸 부의 불평등 현상과 원인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상위 10%의 세전 소득이 전체 계층의 세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소수의 최상위 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경제성장률이 낮은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피케티 교수가 공공교육 확대와 더불어 제시한 또 다른 불평등 해소 방안인 누진적 부유세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돈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는 누진적 부유세는 부의 이동성을 증가시킨다”며 “누진 소득세율을 최고 80%까지 인상해 자본수익률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회 패널로 나선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누진세를 늘리자고 하기 전에 현재 세제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도 미국은 상당히 누진적인 소득세 제도를 갖고 있다”며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나 의료혜택, 은퇴자들의 연금 소득 등까지 고려하면 미국 사회에서 부의 불평등이 피케티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 토마 피케티 교수는 ▼
정치 관심 많은 좌파 경제학자… 佛 대선때 사회당 지지 서한
토마 피케티는 1971년 프랑스 파리 근교 클리시 지역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68세대’여서 피케티도 어릴 때부터 좌파적인 부모들의 성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 중에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다. 난 이념적 신념이 아니라 순수한 학문적 동기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18세에 프랑스 명문인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해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과 런던정경대에서 ‘부의 재분배’라는 주제로 22세 때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2년간 조교수로 지냈지만 “미국 경제학의 수학적 추상성에 불만을 느껴” 1995년 프랑스로 돌아갔고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최고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는 등 프랑스에서는 소장 좌파 경제학자로 인정받았지만 영미 중심의 세계 경제학계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