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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2014년 가을 정상회담 기대”… 朴대통령에 친서

입력 | 2014-09-20 03:00:00

모리 前일본총리 청와대 방문 전달… 朴대통령 “상처치유 노력 선행돼야”




19일 오후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모리 전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아베 신조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한일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지 주목된다. 한일 양국 정상은 3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선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참여한 바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친서에서 “내년이 한일 양국에 있어 좋은 해가 되도록 상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갔으면 한다. 오는 가을에 개최될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그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11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한 후보군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55분밖에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 드려 한일 관계가 잘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과거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 관계가 잘 풀리기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아베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사전 조치를 요구한 셈이다.

모리 전 총리는 “1970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났다”며 “(일본의) 은퇴한 정치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사람은 서너 명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했다. 접견은 20분 동안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언급한 뒤 양국 간 분위기는 조금씩 누그러지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한일 양국 정상은 23,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함께 참석해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눌 가능성도 있다. 두 정상이 뉴욕에서 묵는 호텔도 같다.

박 대통령은 캐나다 국빈 방문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0일 출국한다. 뉴욕에선 인도 터키 이집트 우간다 등 4개국 정상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26일 오전 귀국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